귀화 선수 중 최고의 성적을 내며 한국 여자 탁구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전지희(32·전 미래에셋증권)가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중국으로 떠났다.
27일 탁구계 등에 따르면 전지희는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강원도 삼척에서 열린 탁구 종합선수권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중국으로 떠났다. 올해로 계약이 끝나는 미래에셋증권과 재계약하지 않고 사실상 국내에서는 선수 생활을 마감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전지희가 오랫동안 부상을 안고 선수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쳐 있는 상태에다 현역 선수로서 나이도 적지 않아 일단 재계약은 하지 않고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며 “향후 전지희가 다른 팀과 계약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현역 은퇴가 명확한지는 저희로선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택수 미래에셋증권 총감독은 연합뉴스를 통해 “2년 전 포스코에너지에서 데려올 때 전지희 선수가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단체전 동메달을 일궈냈다”면서 “더는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전지희는 미래에셋증권 선수 생활 중단과 함께 한국 국가대표 자리도 반납했다.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 17위로 신유빈(대한항공·세계 10위)에 이어 국내 여자 선수 중 두 번째로 높은 전지희는 국내외 대회 성적 합산에 따른 랭킹포인트가 3위 안에 들어 내년 국가대표 자동선발권이 부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지희가 태극마크를 내려놓음에 따라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됐다.
이에 따라 신유빈과의 ‘황금 콤비’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중국 허베이성 랑팡에서 태어난 전지희는 중국 청소년 대표로 2007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단식에서 준우승했지만, 중국 국가대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2008년 한국 땅을 밟았다.
2010년 한국에 귀화한 전지희는 귀화 선수 출신 중 한국 탁구에 가장 많은 메달을 선사한 한국 여자 탁구의 대들보였다. 특히 신유빈과 여자 복식조를 이뤄 지난해 8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은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21년 만의 성과였다.
오랫동안 올림픽 메달을 갈망했던 전지희는 지난 파리올림픽에서도 신유빈, 이은혜와 맹활약하며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수확하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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