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사건에선 탄핵 요건으로 ‘재판관 6명 이상 찬성’ 강조
박근혜 탄핵 땐 “8명도 헌법과 법률상 문제없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현실화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6명 체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인 체제가 장기화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혀온 헌재가 신임 재판관 임명 없이도 심리를 끝내고 선고까지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오후 국회가 청구한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 심판 사건을 접수했다. 앞서 한 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신임 헌법재판관 3인 임명에 대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임명을 보류하겠다”며 사실상 임명 거부 의사를 밝히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탄핵 추진 절차에 착수했다. 한 대행은 국회 탄핵안 가결로 국무총리 및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가 정지됐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넘겨받게 됐다.
민주당은 한 대행 탄핵을 통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할 헌재를 ‘9인 완전체’로 만들겠다는 전략이지만, 여당의 극심한 반발과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라는 구도를 고려하면 조기 재판관 공백 해소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 부총리는 전날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많은 분이 말씀하시고 계신다”고 밝혀 적극적 권한 행사가 어렵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헌재가 6인 체제로 탄핵심판 등의 결정까지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법조계에서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헌재는 전날 브리핑에서 ‘6인 체제’에서 선고를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헌재가 재판관 7명 이상이 심리하도록 한 헌재법 조항의 효력을 정지해 ‘6인 체제’ 심리를 가능하게 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헌법소원 가처분 신청 사건 결정에서 선고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비친 적이 있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가처분을 인용하더라도 이는 의결정족수가 아니라 심리정족수에 대한 것에 불과하다”고 전제하며 “법률의 위헌 결정이나 탄핵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재판관 6명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나머지 3명의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에는 현재 공석인 재판관이 임명되기를 기다려 결정하면 된다"고 했다.
즉, 재판관 6명의 의견이 5대 1이나 4대 2, 3대 3 등의 경우엔 추후 임명된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결론이 바뀔 수 있기에 선고를 미루고 기다리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6명의 의견이 일치할 경우에는 선고할 것인지 아닌지 명확히 언급하지 않아 해석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만약 헌재가 ‘6인 체제’로 선고가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릴 경우 이에 대한 정당성 문제가 불거질 우려도 있다.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여겨지는 석동현 변호사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앞서 현재의 헌재 모습을 “6인의 불완전한 합의체”라며 6인 체제에서 결론은 물론 심리 진행도 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에는 당시 박한철 소장 퇴임 후 자리가 채워지지 않아 8명의 재판관이 탄핵을 결정했는데, 당시에도 박 전 대통령 측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헌재는 재판관 8명이 탄핵심판 결론을 내리는 데 대해선 “9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와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는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이라며 “8명의 재판관으로 사건을 심리해 결정하는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상 헌재로서는 헌정 위기 상황을 계속해 방치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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