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주변에 소지품 널브러져
200m 떨어진 곳에도 매캐한 냄새
시신 튕겼을 가능성에 곳곳 수색
오후 9시까지 추가 생존자 없이
11시간 만에 인명수색 마무리
사망자 88명 DNA로 신원 확인
공항내 임시 시신 안치소 만들어
즉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전남도 유족 머물 임시 숙소 마련
29일 오전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7C2216편)가 추락·폭발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두 동강이 난 기체 앞쪽 부분은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산산조각이 나고 찌그러져 있었다. 화염에 새까맣게 그을린 꼬리부분은 그나마 형체는 남아 있었다. 큰 불길은 이날 오전 9시46분 진화됐지만 화재 열기는 오후까지 여전했다. 두 동강난 기체 주변 곳곳에서는 하얀 연기가 새어 나왔고 사고 현장에서 2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매캐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이날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현장인 활주로 맨 끝에서 생존자 구조에 나선 소방관과 경찰관들은 사고 수습에 여념이 없었다. 여객기가 항행장비(ILS)와 콘크리트 외벽 등 공항 시설과 부딪친 충격으로 탑승자들(승객 175명, 승무원 6명) 것으로 추정되는 소지품은 활주로 주변에 널브러져 있었다. 무안 공항 주변으로는 통제선이 설치됐고, 공항과 활주로를 볼 수 있는 도로 역시 통제를 했다.
소방 당국은 오전 9시48분쯤 여객기 꼬리부분에서 남자와 여자 승무원 2명을 구조했다. 당국에 따르면 생존자는 33세 남성 승무원 1명, 25세 여성 승무원 1명이다. 이들은 여객기 꼬리 부분에서 구조됐으며 전남 목포한국병원을 거쳐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 정도는 중경상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구조에 투입된 119대원들은 이런 참사 현장은 처음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 구조대원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랐다”며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고 전했다. 사고 발생 3시간쯤 지난 이날 낮 12시쯤 앰뷸런스 차량 20여대가 추락·폭발 현장에 진입했다. 차량에는 시신 안치용품을 싣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낮 12시 기준 생존자 2명이 구조됐다는 소식 외에는 생존자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구조당국은 이날 오후 9시7분 실종자 2명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했다. 사고기 관련 인명수색 작업이 개시된 지 11시간가량 만에 마무리된 것이다. 광범위한 수색 작업에도 강한 충격을 받은 기체 잔해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데다 사고지점 활주로도 움푹 패어 있는 등 손상이 커 사망자 최종 수습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구조대원들은 일몰 이후에도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크레인으로 들어 올린 사고 기체 꼬리 날개 밑부분에 진입하는 등 사고 현장 주위를 오가며 분주히 수색작업을 이어갔다.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수색작업을 이어가던 한 구조대원은 “사망자 신원확인에 필요한 신분증 등 유류품을 다시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시신이 많아 공항 내 사고 현장에 임시 시신 안치소를 설치했다. 사고 현장에는 검정색 천막이 여러 개 설치돼 있다. 임시로 안치된 시신은 이후 유가족이 확인하면 장례식장으로 후송하고 있다. 이날 소방당국은 “시신은 사고 현장 인근 임시 안치소에 안치해 신원 확인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사망자들의 신원은 지문 대조와 유전자(DNA) 분석 등을 통해 확인 중이며, 지금까지 88명의 사망자 신원을 확인했다.
시신은 이후 유가족이 확인하면 개별 장례식장으로 후송하고 있다. 무안군은 30일 오전까지 무안공항 인근인 무안스포츠파크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한다. 무안스포츠센터 3층에는 유가족 대기실도 준비한다.
이날 사고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돼 현장 구조·구급은 소방청, 사고 원인 조사와 향후 대책은 국토교통부, 유가족 지원은 한국공항공사와 지자체 등이 각각 역할을 맡기로 했다.
전남도(061-286-3035)와 무안군(061-450-5523)은 각각 대표전화를 운영해 유가족 안내 등을 추진하는 한편 현장 수습활동 지원과 유가족 지원활동에 나섰다. 전남도는 지원을 위해 가족 단위로 전담공무원을 지정해 관리하고, 상황 장기화를 대비해 유가족이 머무를 임시 숙소를 마련할 방침이다. 유가족 지원을 위한 자원봉사단도 긴급 편성해 대기토록 조치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현장 응급의료·장례·유가족과 부상자 심리 지원·건강보험료 경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파견팀 외에도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으로 구성된 사고 현장 인근 보건소 신속대응반 14개와 광주·전남 권역 재난의료지원팀(DMAT) 3개 팀이 출동해 부상자, 유가족 등에 대한 응급의료 활동을 수행한다.
이날 참사로 무안공항을 오가는 국내외 항공편은 모두 결항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제주로 출발 예정이던 제주항공 7C341편의 수속이 중단됐다. 오후 1시35분 제주행 진에어 LJ467편과 오후 4시50분 캄보디아항공 KR542편이 시엠레아프로 출발 예정이나 모두 결항했다. 오후 8시50분 방콕으로 가는 제주항공 7C2215편과 오후 11시30분 타이베이로 가려던 진에어 LJ747편도 결항했다. 이날 오후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할 여객기도 모두 결항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날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특별 임시열차를 운행한다. 사상자 가족과 정부의 사고 수습, 공항공사·항공사 관계자 등 지원을 위한 것이다. 하행 열차는 오후 3시 서울역에서 출발해 광명·오송·익산·나주·목포역을 차례로 정차한다. 상행 열차는 오후 8시30분 목포역을 출발해 나주·익산·오송·광명·서울역을 차례로 정차한다. 나주·목포역에서 연계 버스도 운행한다.
대한적십자사는 탑승자 가족이나 지인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면 심리 지원·상담을 할 예정이다. 상담을 요청한 탑승자 가족은 현재까지 없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상담사는 24시간 활동하기로 했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가족과 지인을 잃으면서 심리적인 공황이 올 수 있다”며 “희망하면 언제든지 심리상담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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