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과도한 사회 통제, 미래 발전에 먹구름
그리 먼 과거는 아니지만 5년 전 세계를 다시 상기해 보는 일은 무척 흥미롭다. 2020년대에 돌입하는 순간 미국과 중국은 이미 세계의 주도권을 놓고 서로 경쟁하고 다투는 사이였다. 중국은 시진핑,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가 저마다 자국 제일주의 정치 슬로건을 앞세우며 국민을 선동하고 각종 정책을 동원하는 모습이었다.
당시는 중국이 2020년대에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예측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평가였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2014년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미국을 이미 앞질렀었고, 2020년대에는 명목 국내총생산(GDP)도 미국을 누르고 명실공히 세계 최대 경제 강국으로 등극할 기세였다. 문제는 언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지에 있었고, 경제를 넘어 정치와 문화 부문에서도 중국이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가가 의문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기는커녕 오히려 뒤처지는 상황이다. 2021년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미국의 4분의 3 수준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퇴보하여 2024년에는 3준의 2 수준으로 다시 내려앉았다. GDP 통계만 놓고 본다면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2021년 최고점을 찍은 뒤 후퇴하는 모습이다.
1979년 개혁개방 정책으로 자본주의적 발전에 돌입한 중국은 인류 역사상 초유의 고속 성장 기적을 이뤘다. 40년 동안 중국은 아무도 예상하거나 꿈꾸지 못했던 속도로 성장을 이룩했고 덕분에 ‘세계의 공장’이 되었으며 10억이 넘는 중국인들은 가난에서 벗어나 풍요를 맛볼 수 있었다.
2019년 12월 코로나 위기가 시작되고 초기만 해도 중국은 철저한 방역으로 경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체제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과 유럽의 비효율적 자유주의를 비웃으며 공산주의의 우월성을 마음껏 선전했다.
하지만 사후적으로 볼 때 중국은 코로나 출구전략에서 완전히 실패했고 이때부터 다양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중국 경제는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가 나서 강압적으로 자녀 수를 제한한 인구 정책은 돌이킬 수 없는 인구 고령화의 문제를 낳았다. 너무 비대해져 중국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부동산 부문은 마비 상태다. 국제 자본도 이제 중국의 민족주의적 자만에 등을 돌리고 다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강화된 서방과의 대립 구도도 중국의 큰 지정학적 부담이다. 이제 세계 무대에서 ‘베이징 컨센서스’나 ‘중국 모델’을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교롭게도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론 아제모을루와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중국의 난관을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 경제발전이란 국가와 사회가 서로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될 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일명 ‘좁은 회랑’론이다. 이 책의 부제는 ‘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국가가 과도하게 사회를 통제하고 억압하면서 발전의 통로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앞으로 다시 5년 뒤, 2030년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어떤 모습일까. 중국도 지난 세기 미국에 도전장을 냈다가 힘없이 사그라들었던 일본의 운명을 맞을까.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나 중국의 장래가 밝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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