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일정 미정… 방식 등 신중 검토”
체포 땐 공수처 인치·서울구치소 구금
경호처 “적법한 절차 따라 경호할 것”
尹 체포 저지 시사… 물리적 충돌 우려
과거 한화갑 등 지지자들 저항에 무산
“방해 땐 공무집행 방해죄로 처벌 가능”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원칙대로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영장에 적시된 집행 가능 기간은 일주일 뒤인 1월6일까지이며, 법원이 허가할 경우 연장이 가능하다. 대통령경호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하겠다”는 입장을 내면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공수처와 경호처 간 충돌이 예상된다.
31일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영장 집행 일정에 대해 “미정”이라며 “방식이나 집행 시점 등은 신중하게 여러 상황을 검토해서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후 인치할 장소는 공수처 또는 인근 경찰서가 될 예정이다. 구금장소는 서울구치소다.
공수처는 체포영장과 함께 수색영장도 청구했는데, 여기에는 관저 이외에도 복수의 장소가 대상으로 포함됐다. 윤 대통령이 관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른 장소에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 전 윤 대통령과 일정을 조율하거나 자진 출석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공수처 관계자는 “통상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른 사정이 생길 수 있겠지만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이상 집행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대통령경호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경찰의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도 경호처의 저지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경호처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10조를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경호처가 대통령경호법 제5조에 따른 경호구역 설정을 통해 관저 일대를 경호구역으로 설정하고, 출입통제에 나서면 사실상 영장 집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윤 대통령이 이를 방패 삼아 버티기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과거에도 수사기관이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영장 집행에 실패한 사례가 더러 있었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2004년 10억원대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당원 200여명이 당사 출입구 막고 영장 집행을 저지해 결국 불구속기소됐다. 이인제 전 자유민주연합 의원은 같은 해 2억5000만원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는데, 지지자들이 집행을 저지해 한 달 후에야 집행됐다.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00년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한나라당이 당사 현관문을 잠그고 집행을 막았다. 정 전 의원은 결국 검찰과 일정을 조율해 자진출석했고 불구속기소됐다.
공수처는 이처럼 경호처와의 충돌로 집행이 어려울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특별수사단과 협의해야 할 부분”이라며 “현 단계에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에 근거해 체포영장 집행 시 검찰이나 경찰에 수사활동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법은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장에게 고위공직자범죄 등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기록 및 증거 등 자료의 제출과 수사활동의 지원 등 수사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체포영장 집행의 성공 가능성을 작게 보는 분위기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미 경찰의 압수수색도 경호처에 가로막혀 실패한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그보다 더 큰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면서 “결국 체포영장으로 윤 대통령 측을 압박하면서 자진출석하는 걸로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죄로 현행범 체포할 수 있어서 경호처에서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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