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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대신 추모… “무탈한 한 해 되기를”

입력 : 2025-01-01 19:03:22 수정 : 2025-01-01 21: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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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애도기간 차분한 새해맞이

보신각 타종행사 폭죽·공연 생략
타종 전 참사 희생자 위한 묵념도
행사 후 서울 분향소 발길 이어져
“그저 평범하고 건강한 일상 기원”

“5, 4, 3, 2, 1!”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가 1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사거리로 울려 퍼졌다. 카운트다운 끝에 따라오는 팡파르나 신나는 음악은 없었지만, 시민들은 차분한 박수와 함께 이 자리를 함께한 가족, 친지를 끌어안으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덕담을 나눴다. 시민들은 새해 소망으로 “무탈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건강이 최고”라며 거창한 꿈을 얘기하기보단 평범한 일상이 잘 유지되기를 바랐다.

2024년 12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시민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뉴스1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4일까지 이어지는 국가애도기간에 따라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폭죽이나 사전 공연 없이 비교적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타종식이 시작되기 10분 전,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거리에 모인 시민들은 사고 피해자들을 위해 묵념하며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동생과 함께 보신각을 찾은 김보영(55)씨는 “이렇게 차분한 제야의 종 행사는 처음이다. 명상하는 기분”이라며 “여기서 올 한 해 시끄러웠던 마음을 씻고, 새해는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했다”고 밝혔다. 20대 딸과 나온 최모(56)씨는 “해외에 나가 사는 딸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기만을 빌었다”고 했다.

 

직장인 신지은(28)씨는 “여기 오는 길이 너무 추웠는데, (타종 행사를) 보러 온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있으니 하나도 춥지 않다”며 “올 한 해 너무 많은 일이 있었는데, 새해는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온기를 나누는 따뜻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타종 행사에서 귀가하는 길에 몇몇 시민은 서울시청 본관 정문 옆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추모의 글을 남겼다. 베트남에서 왔다는 한 남성은 추모의 메시지를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그들의 마음이 평온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그는 “너무 슬프다”며 “이런 일이 새해에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해 첫 날인 1일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추모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애도 분위기 속 타종 행사 대신 집에서 조용히 새해맞이를 한 시민들도 많았다. 경기 수원에 사는 이모(33)씨는 “올해는 보신각 분위기도 평소 같지 않을 것 같아서 TV로 제야의 종 행사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이날 15만명이 서울시 공식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타종을 지켜봤다. 직장인 남모(28)씨는 “올해는 집에서 새해를 보내기로 했다”며 “대신 온라인 게임 안에서 지인들과 함께 ‘0시 일출’이 발생하는 장소에서 새해맞이를 했다”고 말했다.

 

31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 지지 집회도 0시를 넘어 새해까지 이어졌다. 집회 주최 측은 전날 오후 10시30분쯤 해산을 선언했지만, 남은 수십명은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과 함께 “윤석열, 윤석열”을 연호했다.

 

몇 시간 뒤 떠오르는 해돋이를 보려는 발걸음은 전국의 산과 바다에서 이어졌다. 오전 7시42분쯤 서해 앞바다에 해가 떠오르자 인천 무의도에 모인 시민 수천명은 새해 소원을 빌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경기에서 온 이모(30)씨는 “새해 떠오르는 해를 보니 희망이 느껴진다”며 “새해는 안정을 되찾고 우리 이웃들 모두 다 건강하고 무탈했으면 한다”고 소원했다.


윤솔 기자, 인천=장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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