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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반단체 몰려와 고성·욕설·몸싸움… 일촉즉발 대치 [尹 체포 '초읽기']

입력 : 2025-01-02 17:53:49 수정 : 2025-01-02 22: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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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저 앞 지지 농성 강제해산
‘尹 편지’ 이후 지지자들 “육탄 방어”
길목 막고 드러누워 경찰과 신경전
반윤 단체와 충돌 2명 현행범 체포
“공수처 들이닥친다… 당장 결집하라”
SNS 거짓뉴스에 과격 행동 부채질
진보단체들 “尹, 국민통합 저해” 비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는 지지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관저를 에워쌌다. 윤 대통령이 전날 “끝까지 싸우겠다”는 메시지를 낸 데 이어, 지지자들은 체포영장이 집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저로 향하는 길목에 드러눕는 등 온몸으로 저지에 나섰다. 경찰은 진입로 확보를 위해 이들에 대한 강제해산에 나섰고, 탄핵 찬반 단체가 충돌하면서 2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이날 오전 10시쯤 수십명에 불과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세를 더해 1만1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불어났다. 국제루터교회부터 북한남삼거리까지 3차선을 가득 메운 이들은 “계엄합법 탄핵무효”, “내란수괴 이재명을 체포하라”고 적힌 손팻말과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우리가 이긴다”고 외쳤다.

 

이들은 오전 11시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온다는 말이 현장에 전해지면서 관저 인근에 접근하는 차량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거치대에 매달고 영상을 찍던 유튜버들은 “공수처가 오늘 들이닥친다고 한다. 지금 당장 한남동으로 결집하라”고 소리쳤고 관저 앞으로 몰린 일부 유튜버는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재명 체포하라”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보수 단체 회원들이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관저 정문 앞 도로에 누워 연좌농성을 벌이는 지지자들과 경찰이 충돌하기도 했다. 지지자 30여명은 낮 12시20분쯤 관저로 진입하는 차량을 막기 위해 도로에 앉아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었고, 경찰은 집회 미신고 장소에서의 불법 도로 점거 행위에 대해 해산 명령을 내렸다. 지지자들은 오히려 도로에 드러누웠고 경찰은 5차 해산명령 후 오후 4시37분쯤 기동대를 투입해 지지자들 팔다리를 잡고 강제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연행된 지지자는 없었으나 탄핵 찬성 지지자들 집회가 예정된 한강진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친윤 지지자 2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들은 반윤 측 농성 텐트를 찾아가 난동을 부리다가 이를 말리는 경찰관들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검거됐다고 한다.

 

전날 윤 대통령이 “끝까지 싸울 것”이란 메시지를 낸 뒤 지지자들 결집력은 강해진 모습이었다. 이들은 “경찰들 막고 감옥에 들어가겠다”, “(수사기관) 둘러싸고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서로를 다독이고 분위기를 고양했다.

 

오전 8시부터 관저 앞을 지켰다고 한 이재철(69)씨는 “경찰 몇 개 중대가 나와도 우리를 못 막는다. 불법 탄핵무효로 만들 것”이라고 했고, 구미순(74)씨는 “자유민주주의 힘으로 주권 침탈 세력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와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진 거짓뉴스는 집회 참가자들의 과격한 행동을 부추겼다. SNS에는 ‘민주노총이 충돌을 유도한 뒤 관저 진입에 나설 것’ 등 출처가 불분명한 소식이 돌기도 했다. 일부 유튜버는 SNS에 “휘발유가 든 드럼통에 심지를 박고 불을 붙여 굴려서 하나가 폭발하면 반경 30m는 불바다가 된다”며 “시범으로 하나를 터뜨려 보여주면 그 위력에 놀랄 것”이라고 폭력을 유도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모인 이들 중 다수가 유튜브가 전한 소식을 신뢰하는 분위기였다.

“윤석열 체포하라”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오후부터 탄핵 찬성 지지자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대통령실 앞의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탄핵 반대 지지자들은 기자회견장 바로 앞에서 이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고, 집회 장소 곳곳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상대 지지자를 향해 흥분해 달려드는 시위 참가자를 경찰관들이 온몸으로 막는 상황도 잇따랐다. 집회 참가자들은 몸싸움을 말리는 경찰에게 고성을 지르며 거칠게 항의했고 경찰은 인도에 바리케이드를 추가로 설치하고 충돌을 막는 데 안간힘을 쏟았다. 경찰은 관저 입구에 버스를 이용해 ‘차벽’을 세우고 경력을 배치해 집회를 통제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7시부터 한강진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공수처에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했다. 이승훈 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행정부 수반으로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거부권으로 입법권을 짓밟은 내란 피의자 윤석열이 사법 절차마저 무시하고 비협조로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성명을 내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사법 절차를 방해하는 선동적인 행위”라며 “대통령경호처는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고 공수처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촉구했다.


이정한·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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