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산모·시험관 시술·다둥이 증가로
저출생 신생아 비율 갈수록 늘어나는데
산모·아이 지킬 산과 교수 158명 그쳐
저수가·소송 위험에 産科 전임의 붕괴 가속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도 전임의 ‘0’
A씨 사례에서 보듯, 출산율 급감 속에서도 고령 산모나 시험관 시술 등에 따라 극소저체중(1.5㎏ 미만) 출생아가 증가하고 있지만 산과(産科·산부인과 중 분만 담당)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으로 고위험 산모·저체중 신생아 치료에 빨간불이 켜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제출한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사례분석 및 제도 개선방안 연구’ 용역에 따르면 2023년 1.5㎏ 미만 극소저체충 신생아 수는 1847명으로, 1993년(929명)보다 2배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출생아 수가 71만5826명에서 23만28명으로 32%로 준 것과 대조적이다. 2.5㎏ 이하 저체중으로 태어난 신생아 비율도 30년 사이 2.5%에서 7.6%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산과 교수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전국 158명(2023년 5월 기준)인 산과 교수는 10년 후 100명을 겨우 넘길 전망이다. ‘빅5’ 병원에 속하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산과 전임의조차 없어 채용에 나섰지만 아무 소득이 없는 상태다. 서울대병원은 올해 산부인과에서 전임의 12명을 채용하려 했는데 1차 지원자가 ‘0’명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산과 사정도 마찬가지다.
원혜성 대한산부인과학회 대변인(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최근 경북대 산과 교수가 사임한 데 이어 전국 전임의 숫자도 5명에서 2∼3명으로 줄어들어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서울아산병원조차 이제 전임의가 없어 신임 교원을 뽑기로 했다”고 현장의 위기감을 전했다.
◆12억, 15억원… 소송 난무
산과 붕괴 요인으로 ‘저수가’와 ‘소송 위험’이 우선 꼽힌다. 정부는 최근 고위험 분만수가를 최고 4배 이상 올리고, 소송에 대한 국가 보상금을 3억원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현장 반응은 싸늘하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최근 12억원 등 고액의 민사 소송이 이어지는 마당에 뒤늦게 3억원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일갈했다. 의료진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적인’ 분만 사고라는 조건이 붙어서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연구 용역에 따르면 일본과 대만의 경우 각각 2008년, 2015년부터 의료진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산모·신생아 사망에 각각 최고 3000만엔(약 2억8000만원), 400만위안(1억8000만원)을 보상해준다.
원 교수는 “의료진이 주의 의무를 다해도 산모의 합병증은 모두 ‘불가항력’인 게 사실”이라며 “미숙아·다둥이 출산이 늘면서 신생아 한 명을 돌보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산부인과 의사를 육성하는) 교육의 대가 끊길 위험에 처한 만큼 정책적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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