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가 지휘, 경찰 소환 불응
경찰도 동원 인력 1000여명 이를 듯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11일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경호처 내 ‘온건파’로 분류된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사임하면서 처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김 차장의 소환 여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경호처의 대응 양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으로 관심을 끌었다. 응하지 않는 건 경호처를 강경하게 이끌겠다는 김 차장의 메시지와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차장은 경호처의 대표적인 강경파로 전해졌다.
대통령 경호처는 이날 “김 차장은 엄중한 시기에 경호처장 직무대행으로서 대통령 경호업무와 관련해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김 차장에 지난 4일과 8일 출석 요구를 했지만, 김 차장이 응하지 않아 11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김 차장이 3차례 소환 조사에 불응한 만큼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일 사퇴를 표명한 박 전 처장은 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는 않았지만, 화기사용 금지 등 비폭력적 대응을 고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물밑에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끊임없이 중재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러한 방침이 윤 대통령 의중 또는 경호처 내 강경파와는 결이 달라 김 처장의 입지가 작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 전 처장이 전날 전격 사퇴한 뒤 공수처와 경찰이 꾸린 공조수사본부(공조본) 소환에 응한 데는 이런 배경도 일부 작용했다는 것이다.
박 전 처장은 10일 경찰 출석 당시 “어떤 경우에도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그 동안 최 권한대행에게 정부기관 간 중재를 건의했다”며 “윤 대통령 변호인단에도 (대통령 조사에 대한) 제3의 대안을 요청했지만 그에 걸맞은 답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입장문을 내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불법 체포를 통해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 진정 내란”이라며 강경 입장을 보인 것과는 결이 달랐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윤 대통령 부부를 보좌해온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 강경파가 경호처를 이끌게 되면서 수사기관과의 물력 충돌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찰도 상당한 규모의 경찰 인력과 장비를 동원할 태세다. 경찰의 동원 인력은 1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호처가 차벽과 철조망으로 관저를 ‘요새화’한 만큼 진입로 확보를 위해 견인차와 같은 특수장비 등 강제적 수단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조본은 1차 때의 체포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에 현장 거점을 만드는 장기전도 검토하고 있다. 2차 영장 집행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 초 사이에 집행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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