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순재가 90세의 나이에 ‘KBS 연기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거머쥐며 역대 연기대상 중 최고령 대상 수상자에 올랐다.
지난 12월 31일 예정되었던 ‘2024 KBS 연기대상’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따른 국가 애도 기간 선포로 생방송이 취소되었고, 이후 녹화 방송으로 지난 11일 공개됐다.
이날 이순재를 비롯하여 박지영, 김하늘, 지현우, 임수향, 김정현이 대상 후보에 올라 경쟁을 벌인 가운데, 이순재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로써 이순재는 2008년 만 67세의 나이로 대상을 수상한 김혜자의 기록을 경신하며 만 90세 나이로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되었다.
이순재는 12부작 드라마 ‘개소리’에서 경찰 은퇴견 소피(아리)와 사건을 해결하는 시니어벤져스로 활약해 화제를 모았던바. 건강 악화 이슈 속에서도 ‘개소리’를 끝까지 마무리 지었던 이순재는 후배 배우들의 기립박수 속에서 데뷔 첫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김용건과 최수종의 부축을 받고 무대에 오른 이순재는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라며 이색적인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우리나라 방송의 역사를 시작한 KBS TV, 첫 작품은 '나도 인간이 되련다'에 출연했다, 나도 출연했다, 선배님들 모시고 조그만 역할이지만 했다, 그 이후 쭉 KBS에서 활동을 했다”라며 KBS와의 긴 인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작은 역할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던 과거를 떠올리면서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하고 늘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 이 아름다운 상, 귀한 상을 받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순재는 이날 시상자로 나온 전년도 대상 수상자 최수종을 언급했다. 그는 “이 말을 덧붙이는 이유는 그간 대상은 이순신 장군, 역사적 인물, 최수종씨는 4번을 받았다”라며 “줄 수 있다. 얼마든지 중복해서 줄 수 있다. 미국의 캐서린 햅번 같은 할머니는 30대 때 한번 타고 60대 넘어 3번을 탔다. 우리 같으면 공로상, 60세 먹어도 잘하면 상을 주는 것이다. 공로상이 아니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함께 촬영한 동료 개들에게도 영광을 돌려 눈길을 끌었다. 이순재는 “연기는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그것이 미국의 아카데미다”라며 “이 상은 내 개인의 상이 아니다. ‘개소리’엔 소피를 비롯해 수많은 개가 나온다. 그 애들도 다들 제 몫을 했다. 각 파트마다 맡은 역할이 있다. 이들이 최선을 다했다. 거제까지 4시간 반이 걸리는 곳을 20번 넘게 왔다 갔다 하며 찍은 드라마다. 다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이순재는 “감사한 학생들이 있다”라며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인 대학교의 제자들도 언급했다. 그는 “가천대 석좌 교수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무슨 수업이냐면 학생들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지도한다. 작품을 정해 한 학기 연습해 기말에 발표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소리’ 촬영에) 6개월 걸리니까 시간이 안 맞더라. ‘정말 미안하다. 내가 교수 자격이 없다’ 했는데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모처럼 드라마 하는데 잘하세요’ 하더라. ‘염려 마십시오. 가르쳐주신 대로 우리가 다 만들어 내겠습니다’라고 하는데 눈물이 나왔다”라고 말하며 수상 소감 도중 눈물을 쏟았다.
이어 “그 학생들을 믿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오늘의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하자 지켜보던 후배 배우들도 덩달아 감동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끝으로 이순재는 시청자들을 향해 “정말 평생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라고 전하며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감동과 교훈을 선사한 그의 수상소감에 후배 배우들은 마지막까지 기립박수를 보내며 한마음으로 기뻐하고 존경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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