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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흥행성 보장… 벌써 빠져든다

입력 : 2025-01-13 21:13:27 수정 : 2025-01-13 21: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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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화제의 신작 풍성

맨부커상 ‘라이프 오브 파이’ 연극 무대로
문 닫았던 대한극장선 ‘슬립 노 모어’ 선봬
‘헤다 가블러’에 이영애 출연 여부 관심
안무가 에크만 ‘해머’서 혁신적 연출 기대

연중 내내 빼곡하게 채워진 2025년 공연 일정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역시 신작이다. 초연과 재연을 거치며 작품성과 흥행성이 검증된 기존 작품 사이에서, 올해 관객을 처음 만날 예정인 작품이 샛별처럼 반짝인다.

2025년 다양한 화제작이 우리나라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게 된다. 소설·영화에 이어 연극으로 관객을 만나게 된 ‘라이프 오브 파이’(왼쪽)와 옛 대한극장에서 개막 예정인 관객몰입형 공연 ‘슬립 노 모어’의 한 장면. 라이프오브파이온스테이지닷컴·미쓰잭슨 제공

◆“지금부터 엄청난 이야기를 들려드리죠”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맨부커상을 받은 원작의 뛰어난 서사와 상상력을 고스란히 영화로 옮겨 크게 호평받았던 ‘라이프 오브 파이’. 가족과 함께 이민선에 올랐지만, 태평양 망망대해에서 구명보트에 호랑이와 함께 갇히게 되는 16세 인도 소년 이야기다. 이번에는 우리말 연극으로 국내 무대에 오른다.

2019년 영국 셰필드 초연 후 런던 웨스트엔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등으로 진출하며 2022년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 어워드 작품상을 포함한 5개 부문 수상, 2023년 토니 어워드 3개 부문 수상의 기록을 세웠다. 초연 당시 영국 매체 가디언과 타임스 등은 “청중을 ‘특별한 여행’으로 안내하는 놀라운 쇼”,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단점이 있다면 그것은 한 번 더 보고 싶게 만든다는 점” 등으로 극찬했다. 원작을 적절하게 각색하면서도 깊이 있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특유의 삶에 대한 통찰을 무대 위에서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뮤지컬 ‘라이언 킹’처럼, 오리지널 퍼펫(인형)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연기가 기대된다.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공연된다.

소설·영화에 이어 연극으로 관객을 만나게 된 ‘라이프 오브 파이’. 라이프오브파이온스테이지닷컴 제공

◆옛 대한극장에서 펼쳐지는 복수극

1930년대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재구성한 ‘슬립 노 모어’. 뉴욕·상하이에서 ‘핫’한 공연으로 손꼽혔던 작품이 8월 우리나라에 상륙한다.

뉴욕 공연은 애초 지난해 4월 막을 내리려다 이어지는 앙코르 요청에 호응하느라 지난 5일에야 겨우 종료됐다. 관객이 극에 들어가는 참여형(이머시브) 연극으로 5층 규모의 매키트릭 호텔 내 100개가 넘는 방이 모두 무대다. 호텔 앞에 줄 선 관객은 개막 시간에 맞춰 여러 방에 나눠 입장한 후 하얀색 가면을 쓴 채 3시간에 걸쳐 좋아하는 배우를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따라다니거나 좋아하는 장면만 선택해 볼 수 있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 속에서 사는 것이 어떤지 경험하고 싶다면 꼭 봐야 할 것”(바이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머시브 공연의 선구자인 영국 제작사 펀치드렁크의 대표작으로, 지난해 이미 국내 배우 선발을 위한 오디션이 진행됐다. 적자로 문 닫은 충무로 대한극장이 ‘슬립 노 모어’ 공연장으로 부활할 예정이다.

옛 대한극장에서 개막 예정인 관객몰입형 공연 ‘슬립 노 모어’의 한 장면. 미쓰잭슨 제공

◆25주년 맞은 LG아트센터의 신작

‘동시대를 살면서 우리 관객이 꼭 봐야 할 혁신적인 작품을 시차 없이 소개한다’는 고집을 25년간 지켜 온 LG아트센터. 올해도 ‘오로지 LG아트센터’라는 정평에 어울릴 작품을 선보인다.

그중 화제작은 ‘해머’와 ‘헤다 가블러’.

‘해머’는 스웨덴 출신 천재 안무가 알렉산데르 에크만이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와 2022년 선보여 큰 화제를 일으킨 작품이다. 20대부터 천재로 불리며 5000ℓ 물 위에서 펼쳐지는 ‘백조의 호수’(파리 오페라 발레), 수천 개의 녹색 공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플레이’(파리 오페라 발레) 등을 만들어 온 에크만의 작품세계는 늘 혁신적인 무대 연출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11월 LG아트센터 서울에 오는 그의 신작 ‘해머’는 30여 명 무용수가 압도적인 군무를 펼친다. 웅장한 조명과 화려한 스타일링은 공연의 시각적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는 윌리엄 포사이스, 이르지 킬리안, 호페시 셰흐터, 요안 부르주아 등 현대 무용 거장이 거쳐간 북유럽 최대의 댄스컴퍼니다.

근대극 일인자 헨리크 입센의 고전 ‘헤다 가블러’(5.7∼6.8)는 19세기 말 유럽을 배경으로,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급진적으로 다룬다. 현시대까지도 강렬한 비극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헤다’는 복잡하고, 아름답고, 파괴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극적인 인물이다. 제54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전인철이 ‘헤다’를 현시대의 감각으로 다시 깨우는데 배우 이영애 출연이 거론된다. 공교롭게 국립극단도 13년 만에 ‘헤다 가블러’를 5월 공연한다. 초연 때 대한민국 연극대상 여자연기상,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을 받은 이혜영이 ‘헤다’로 돌아온다.

◆‘전우치’와 ‘청사초롱 불 밝혀라’

‘나빌레라’와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천 개의 파랑’ 등을 쏟아내며 창작 역량을 키워 온 서울예술단의 올해 신작은 ‘전우치’(10.25∼11.2)와 ‘청사초롱 불 밝혀라’(11.29∼12.20).

극작 경민선, 작곡 황호준의 ‘전우치’는 조선 중종 시대 환술사로 유명한 전우치의 신비롭고 기이한 행적을 담은 여러 문헌·구비 설화를 판타지적 요소와 21세기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다. 도술을 통해 부패한 관료를 처벌하고 백성을 구제했던 영웅 전우치를 서울예술단의 색을 입혀 창작 가무극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무대와 음악, 춤을 결합한 예술 총체극으로, 장면마다 환술(幻術) 형식이 독특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극작 김정민, 작곡 성찬경의 ‘청사초롱 불 밝혀라’는 제2회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공모 선정작이다. 조선 시대 최초의 웨딩 전문 업체 ‘청사초롱’이 주관하는 독특하고도 화려한 혼례식을 배경으로 하며,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시도와 창작력 가득한 무대가 기대된다.

◆성폭력 피해자가 된 변호사 ‘프리마파시’

상대의 허점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변론으로 승소를 이끄는 변호사 테사가 어느 날 성폭행 피해자가 된다. 냉정한 판단을 최우선으로 하는 변호사에서 하루아침에 증인석에 서야 하는 피해자가 된 셈이다. 제작업체 쇼노트의 국내 초연작 ‘프리마파시’(충무아트센터, 8∼11월)는 테사의 변화와 이를 둘러싼 사회의 모습을 통해 시스템의 모순과 인간의 신념이 변화하는 과정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낸다. 올리비에 어워즈, 토니 어워즈 등에서 수상한 화제작이다. 여성 1인극의 법정 드라마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와 몰입감이 강렬할 것으로 보인다.

‘데카브리’는 쇼노트가 처음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이다. ‘러시아 국민작가’이나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극작가 니콜라이 고골의 생애와 그의 작품 ‘외투’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당대 러시아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로 신선하면서도 흥미롭게 창조될 예정이다. 1825년 12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데카브리스트의 난’이 일어난 지 10년 후, 더욱 삼엄해진 전제정치와 농노제 아래 혼란스러웠던 그곳에서 성장하고 갈등하는 인물들의 삶을 보여준다. 서정적이면서도 날카롭고, 부드러우면서도 차갑게 변화하는 음악은 냉혹한 이데올로기의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개인의 삶, 그 속에서도 불타오르던 문학에 대한 열정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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