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김성훈·이광우 소환 불응
체포 땐 관저 진입 수월해질 듯
“협조하는 직원엔 선처” 강온전략
대거 체포 대비 분산 호송 준비도
성공 위해 2∼3일 ‘장기전’도 고심
박 前처장, 휴대폰 잠금 풀어 제출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재집행을 코앞에 두고 경찰이 경호처 흔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1차 영장 집행 실패의 근본 원인이 경호처의 강경 대응에 있다고 보고, 김성훈 처장 직무대행 등 ‘강경파’ 지휘부 압박을 통해 경호처 무력화를 꾀하고 있다. 영장 집행을 방해할 경우 경호처 직원은 물론 여당 국회의원과 이른바 ‘백골단’ 역시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13일 출석에 불응한 이광우 경호처 경호본부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광우 본부장은 세 차례 출석에 불응했다.
현재 경찰이 입건한 경호처 지휘부는 총 5명이다. 이 중 ‘온건파’로 분류되는 박종준 전 처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은 경찰 조사를 받았다. 박 전 처장은 잠금을 해제한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하는 등 조사에 협조적이다. 반면 ‘강경파’ 김성훈 처장 직무대행과 이광우 본부장은 경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경찰은 김 직무대행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강경파인 김신 가족부장에 대해서는 14일 오전 10시 출석을 통보했다. 김 부장의 경우 1차 집행 당시 채증 영상 분석을 통해 입건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경찰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 체포 시도에 앞서 지휘부를 먼저 공략하는 전략이 거론되고 있다.
김 직무대행과 이광우 본부장의 체포영장 발부 여부를 지켜본 뒤 윤 대통령 체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달리 경호처 간부들은 경호 대상이 아니기에 경호처가 체포를 저지할 근거가 없다. 경찰은 현재 경호처 내부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강경 대응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 직무대행 등이 체포된다면 경호처의 방어 전선도 자연스레 와해될 것이라는 게 경찰 측 예상이다.
일반 직원들에 대한 체포 가능성도 공식화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경호처 직원에 대해서는 현행범 체포와 분산 호송까지 준비하고 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협의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경호처 직원들이 대거 체포될 경우에 대비해 경찰은 서울 시내 복수의 경찰서에 이들을 나눠서 호송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달 3일 1차 집행 당시엔 경찰이 현장에서 경호처 직원들을 체포하려고 했으나, 공수처 측의 반대에 부딪혀 실제 체포하진 못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윤 대통령 체포 저지 행동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저지하면 현행범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기현·나경원 등 국민의힘 의원 40여명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모여 윤 대통령 체포영장 저지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이들에 대한 체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백골단의 영장 집행 방해 우려에 대해서도 “현장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조치할 것”이라며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영장 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영장을 집행할 것이고 유혈 사태가 없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영장 집행에 협조하는 경호처 직원들에 대해서는 선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영장 집행을 성공시키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2∼3일에 걸친 장기전으로 끌고가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영장 집행 대비 차원에서 방한장구와 예비용 휴대전화, 예비용 배터리, 기저귀 등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전달됐다. 1차 집행 저지에 단순 가담한 일반 병사들에 대해서는 입건하지 않을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까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서 총 52명을 입건했다. 지난주 당정 관계자 1명이 경찰 인지수사를 통해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로 전환됐다. 해당 관계자에 대한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구속 상태인 조지호 경찰청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보석을 청구했다. 혈액암 악화를 이유로 검찰에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검찰이 불허하자 법원에 같은 취지로 보석을 요청한 것이다. 조 청장은 구속된 후 혈액암이 악화해 송파구 경찰병원으로 이송됐던 만큼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구속을 정지할 만한 사정 변경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도 이날 같은 재판부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보석을 청구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이 사건 증거 목록만 300여페이지, 전체 증거는 1만6000여쪽인데 언론 기사가 전체 약 70%인 1만2000쪽가량에 해당한다”며 “신문 기사는 민주당발 소문을 검사가 확대재생산한 것에 불과해 재판상 증거가 될 수 없으며, 증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자와 취재원에 관한 증인신문이 있어야 하고 이 절차만 1년이 넘게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1차 공판준비기일은 16일로 예정돼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