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콩 등 주민 상대 범죄 잇따라
홍콩 당국, TF팀 구성 태국으로 파견
中 최대 명절 춘제 앞둬 타격 불가피
泰 총리 직접 나서 신속한 수사 주문
태국에서 중국인 납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홍콩 당국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태국에 파견했다. 중국·홍콩 등의 주민들이 태국에서 범죄집단에 납치된 뒤 미얀마 등지로 끌려갔다 구출되는 사례가 최근 연이어 발생하면서 동남아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태국의 여행산업에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동남아시아 국가로 유인돼 불법 노동을 강요당한 주민 12명을 귀국시키기 위해 12일 TF팀을 파견했다. 홍콩 보안국, 이민국, 경찰 등 6명으로 구성된 TF팀은 태국 총리실 감독을 받는 인신매매 방지 위원회 위원들을 만날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법 집행 기관은 지난해 2분기 이후 동남아시아 국가에 갇혀 떠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 주민들로부터 28건의 도움 요청을 받았으며, 이들 중 16명이 돌아온 상태다. 팀을 이끄는 마이클 척 하우입 안보부 차관은 “피해자들은 홍콩의 중개자를 통해 일자리 주선을 받아 태국으로 간 뒤 실종된다”고 밝혔다.
앞서 태국에서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됐던 중국 배우 왕싱(王星)도 지난 11일 귀국했다. 중국중앙(CC)TV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도착 직후 왕싱은 웨이보(중국판 엑스)를 통해 자신이 무사하다면서 중국 정부와 중국·태국 경찰, 응원해 준 네티즌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화 ‘엽문 3’, 드라마 ‘매괴적고사’(장미의 이야기) 등에 출연했던 왕싱은 드라마 캐스팅 제의를 받고 태국에 도착했다가 태국·미얀마 국경에서 실종된 뒤 지난 3일 미얀마에서 발견됐다. 태국 경찰은 왕싱이 인신매매 피해자라는 초동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왕싱도 중국 범죄조직에 납치됐다고 진술했다.
왕싱이 끌려갔던 미얀마 미야와디는 온라인 사기 등을 일삼는 범죄조직 근거지로 유명하다. 이들은 취업광고 등으로 끌어들이거나 납치한 인력을 콜센터 같은 대규모 사기 작업장에 감금하고 범죄에 가담시킨다. 삭발을 한 채 초췌한 모습으로 발견된 왕싱은 태국 경찰에 자신이 중국 범죄조직에 납치됐으며 중국인을 겨냥한 사기 수법을 교육받았다고 진술했다.
CCTV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023년 미야와디에서만 최대 10만명이 전화나 인터넷 등을 이용한 사기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 외교부도 미야와디에서 취업 사기 등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늘자 지난해 말 이 지역의 여행경보를 3단계(출국권고)에서 4단계(여행금지)로 상향했다.
왕싱 사건은 중국인들에게 충격을 주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국민 배우’ 자오번산(趙本山)은 다음 달 2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연을 연기했고, 중국에서 태국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이 가장 많은 만큼 중국의 최대 관광 성수기인 춘제(중국의 설) 연휴를 앞두고 태국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샤오홍수에서 ‘태국 여행을 취소하는 법’을 검색한 결과 게시물 38만건 이상이 검색됐다. 이에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직접 나서 태국 관광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속한 수사를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11일 태국 매체 네이션에 따르면 인권단체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시민사회연대’는 미얀마에 있는 범죄조직에 중국인 약 3900명을 비롯해 21개국 출신 6000여명이 잡혀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피해자들이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당하고 있으며, 가족들은 거액의 몸값을 요구받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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