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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아들 기소한 美 특검의 소신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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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14 15:16:31 수정 : 2025-01-14 15: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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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겐 아들이 둘 있었다. 1969년생인 보 바이든(2015년 사망)과 1970년생인 헌터 바이든(54)이 그들이다. 장남 보는 이라크 전쟁 참전용사이자 델라웨어주(州) 법무부 장관으로서 앞날이 촉망되는 정치인이었으나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차남 헌터는 명문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이자 사업가로 스펙은 좋으나 인성(人性)에 문제가 많았다. 여자 관계가 복잡한 것은 물론 마약 중독 이력까지 있었다. 그런 헌터를 바이든 대통령은 꼭 끌어 안았다. 생후 2년여 만에 교통사고로 친어머니를 잃고 계모인 질 바이든 여사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헌터의 처지를 늘 가엾게 여겼다. 미 언론은 헌터가 그릇되거나 어리석은 행동으로 공인(公人)인 아버지의 속을 썩일 때마다 그를 ‘바이든의 아픈 손가락’이라고 불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차남 헌터 바이든. 바이든은 퇴임을 약 50일 앞두고 탈세와 총기 불법 소지 등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아들 헌터를 전격 사면했다. 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2023년 여름 헌터가 정가의 폭풍으로 부상했다. 140만달러(약 20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그가 총기 보유에 관한 법규를 어긴 정황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헌터는 2018년 10월 델라웨어주의 한 총포상에서 권총을 사 11일간 소지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마약 중독 이력이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거짓 서류를 작성해 총기를 구입했다는 점이다. 애초 검찰은 헌터 변호인과의 플리바게닝(유죄 협상)을 통해 탈세를 인정하면 총기 관련 법규 위반은 기소유예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2023년 8월 델라웨어주를 관할하는 연방 검찰청의 데이비드 와이스 검사장을 특별검사로 임명해 헌터의 총기 구입 의혹을 수사하도록 했다. 미 언론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 확실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도 아들의 ‘사법 리스크’라는 덫에 빠졌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와이스 특검은 2023년 9월 헌터를 탈세와 총기 불법 소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약 9개월에 걸친 1심 재판 끝에 2024년 6월 법원은 헌터한테 유죄 평결을 내렸다. 다만 형량 선고는 나중으로 미뤄졌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연임 도전을 포기하고 민주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넘겼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후보의 벽을 넘지 못하고 참패했다.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이 실패로 돌아가자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12월1일 국가원수에게 주어진 특별사면 권한을 전격 발동해 헌터를 사면했다. 그는 “내 아들이 선택적으로 그리고 불공정하게 기소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법무부의 기소 여부 결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밝혔다. 헌터를 재판에 넘긴 와이스 특검팀의 판단이 ‘선택적이고 불공정했다’는 인식을 만천하에 드러낸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수사해 기소한 데이비드 와이스 특별검사. 그는 바이든이 헌터를 사면한 것에 대해 “미국 사법 시스템 전체의 신뢰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방송 화면 캡처

그러자 와이스 특검이 발끈했다. 13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와이스 특검은 헌터 기소를 “정파성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철저하고 공정하게 진행한 수사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대통령은 아들을 사면할 때 법무부를 모함했다”고 비판했다. 와이스 특검은 “다른 역대 대통령들도 가족을 사면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이 법무부와 그 구성원을 비방하진 않았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비난은 전혀 가치가 없으며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경우 사법 시스템 전체의 신뢰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퇴임까지 겨우 1주일 남은 바이든 대통령이 ‘동네북’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에서조차 “사법 체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결정”이라는 성토가 쏟아지는 것을 보면 와이스 특검의 소신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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