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野·경찰이 만든 비극의 삼중주”
수사·탄핵심판 본격화될수록 ‘갈림길’
당내 “중도 표심 얻으려면 尹 끊어내야”
野 “늦었지만 법치실현을 위한 첫걸음”
與 공세 강화보단 민생 경제 등에 초점
국가적 비극 역풍 우려 공개 발언 자제
윤석열 대통령 체포로 계엄 선포 이후 몇 주간 지속하던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이 일단 수습되고 법적 절차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여야 역시 한숨을 돌렸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체포의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반발하면서도 향후 대응 방침에는 고심하는 기색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 질서 회복과 민생 경제 집중을 강조하며 신중한 모습이었다.
국민의힘은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하자 “불법 영장을 집행한 공수처에 정치적·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반발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된 지 1시간가량이 지난 시점에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장엔 침울한 적막이 흘렀다. 적막을 깨고 연단에 나선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런 참담한 상황이 벌어져 국격이 무너진 데 대해 대단히 죄송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공수처와 경찰이 부당하고 불법적인 영장을 집행했고, 사법부가 불법 영장 집행에 가담했다”며 “야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를 겁박한 것은 역사가 반드시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이 불미스러운 사태를 막기 위해 불법적 체포영장 집행임에도 큰 결단을 내렸다”며 “대통령이 체포됐다고 해서 불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체포는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와 위법 소지가 다분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 더불어민주당과 내통한 경찰이 만든 비극의 삼중주”라며 “공수처 체포를 고집했던 이유는 대통령 망신 주기가 목적이었다. 진실규명보다 현직 대통령을 체포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키워보겠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날 국민의힘은 서울중앙지검에 오동운 공수처장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을 직권남용·불법체포감금·군사시설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죄로 고발하고, 공수처 항의 방문에 나섰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탄핵 심판이 본격화될수록 여당은 ‘윤석열 방탄’과 ‘조기대선’의 갈림길에 서게 될 전망이다. 당내에선 이미 소장파뿐 아니라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중도 표심을 얻으려면 윤 대통령을 끊어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소장파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체포되기 전에 자진 출석을 해야 했다”며 “경호처와 경찰의 대치 상황과 같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상황을 당이 옹호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영남권 재선 의원도 “지금은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보수가 결집하고 있지만, 대선 정국으로 가면 결국 후보들에게 관심이 몰릴 것”이라며 “책임질 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재집권 가능성도 커지지 않겠나”라고 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보다 경제 현안 등에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탄핵 심판, 향후 대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 회복, 법치 실현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표는 의원총회 후 윤 대통령 체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안타깝다고 먼저 답하고, 헌정 질서를 회복하고 민생과 경제에 집중할 때라고만 답했다. 윤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에서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지 못한다고 답한데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는 따로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체포는) 12·3 내란이 발발한 지 44일, 탄핵안이 가결된 지 33일 만”이라며 “많이 늦었지만 대한민국 공권력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는 윤석열을 구속 수사해 내란 사태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고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로 몰려간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선 “저열한 수준이 매우 한심하고 참담하다”며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예정됐던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당 지도부 인사들도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을 생략하는 등 최대한 발언을 자제했다.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자칫 환호하는 모습 등이 비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가적 비극에 최대한 자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서면 축사를 통해 “골목이 살아야 경기가 살아나고, 골목의 활기가 곧 경제 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소상공인 곁에서 실효성 있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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