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의 텔레그램 성착취방인 '목사방' 총책이 검거된 가운데, 범죄의 잔혹성을 고려해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피라미드형 범죄집단'을 구성해 5년간 피해자 234명을 상대로 가학적 성착취를 저지른 범죄집단 '자경단'을 검거했다. 이번 사건 피해자 규모는 조주빈이 운영한 N번방 '박사방(73명)'과 '서울대 N번방(48명)'의 3배 이상이다.
'자경단'에서 '목사'라는 활동명을 쓴 총책 A(33)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19개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22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A씨에 대한 신상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이미 검찰로 사건을 넘겼지만, 신상공개가 결정되면 경찰 단계에서 머그샷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대범죄 신상공개법 시행 1주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제도는 2010년 정식 도입됐다. 과거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공개되던 피의자 신상은 2000년대 들어 피의자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며 비공개 기조로 전환됐다.
그러나 2009년 일부 언론이 연쇄살인마 강호순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해 논란이 일자,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듬해인 2010년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각 지방 경찰청 소속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는 지금의 제도가 정착됐다.
2023년 10월에는 신상공개 대상 범죄를 기존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 피의자'에서 '중상해나 사망을 초래한 방화나 특수상해 및 중상해, 조직·마약범죄 피의자'까지 확대하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신상 공개 대상도 기존 '피의자'에서 형사 재판 단계의 '피고인'으로 넓혔다. 또 피의자가 거부해도 머그샷(Mugshot·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강제 촬영해 공개할 수 있게 했다.
신상공개 범위를 넓힌 대신 피의자 인권 보호 방안도 마련됐다. '신상정보 공개 전 5일의 유예기간 설정' 규정과 불송치·불기소·무죄 확정 시 형사보상 등의 조항이 생겼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은 피의자에게 신상 정보 공개를 통지한 날부터 5일 이상의 유예 기간을 두고 신상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피의자가 서면으로 이의 없음을 표시했을 때만 즉시 공개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화천군 북한강 토막 살인 사건' 피의자인 육군 중령 양광준이 유예를 신청해 신상 공개가 보류된 바 있다.
◆디지털성범죄자 신상 공개 크게 늘 듯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의 신상공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가 된 건 지난 2020년 'n번방 사건' 수사였다.
텔레그램 n번방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이 2020년 3월 경찰 수사 단계에서 공개됐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첫 사례다.
이후 박사방 공동 운영자인 '부따' 강훈, '이기야' 이원호, '갓갓' 문형욱, 문형욱의 공범 안승진까지 n번방 피의자 신상공개가 줄줄이 이어졌다.
이번에 텔레그램 '목사방' 총책의 신상이 공개되면 올해 첫 신상공개 피의자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텔레그램 측의 첫 수사 협조를 받았다는 점에서 향후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 무더기 검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아동 음란물 유포, 마약 밀매 등 혐의로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체포된 직후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용자의 정보를 넘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텔레그램이 매번 수사 협조를 하지는 않더라도 큰 규모의 사건이 있을 때 협조하는 것이 기업 윤리 차원에서 맞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경찰도 n번방 사건이 우리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점이나 국민적 공분을 고려해 더 개방적으로 신상 공개에 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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