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 면적 전년 대비 4배 규모로 확장
검정 통과 디지털 교과서 완제품 시연
사우디 등 해외 정부 관계자 이목 집중
자국 언어로 콘텐츠 제작 등 문의 쇄도
국내선 법적 지위 규정 부침 겪었지만
2025년부터 종이 교과서와 병행해 활용
“공교육 격차 해소, 디지털 교과서가 답
전통 방식 보완해 재미있는 수업 기대” 하>
◆도입 앞둔 AIDT…해외 정부도 관심
4일 교육부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는 올해 3월부터 초등 3·4학년과 중·고 1학년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도입된다. 디지털기기로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의 수준을 판단해 적합한 문제를 제시하는 등 AI 기능이 있어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 교육부는 교실에서 AI 디지털교과서가 종이 교과서를 보조하면서 함께 쓰이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벳쇼에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가 마련한 한국관 부스 중 1개(8.75㎡)를 빌려 AI 디지털교과서 시제품(프로토타입)을 전시했던 교육부는 올해에는 검정을 통과한 AI 디지털교과서 완제품을 들고 왔다. 코트라의 협조로 부스 규모도 전년의 4배 규모(35㎡)로 늘렸다. 한국관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크기다.
검정을 통과한 12개 출원사 중 천재교육, 팀모노리스, 엘리스가 자사 제품을 교육부 부스에 전시했고, 별도 부스를 차린 비상교육도 자사의 타제품과 AI 디지털교과서를 함께 선보였다.
부스를 찾은 외국인들은 ‘모든 학생에게 무료로 디지털기기와 맞춤형 콘텐츠가 제공된다’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었다. 특히 정부 관계자들의 문의가 많았다. 이들은 각 업체의 AI 디지털교과서 시연을 유심히 지켜보고 질문을 쏟아냈다. 천재교육 관계자는 “해외 반응이 궁금했는데 예상보다 더 좋다”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교육부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냐고 문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엄은상 팀모노리스 대표는 “해외 정부 관계자들이 AI 디지털교과서를 어떻게 도입하게 됐고, 도입 결정 후 어떤 이슈들이 있었는지 문의를 많이 했다”며 “공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고민하는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AI 디지털교과서의 기술력도 호평을 받았다. 여러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빠른 피드백 등이 가능한 AI 디지털교과서의 기능은 벳쇼에 전시된 여러 제품이 내세우는 기능이기도 했다. 올해 벳쇼에서 2개 부문 최우수기업(위너)으로 선정된 영국의 올렉스AI(Olex.AI)도 주요 기능은 AI 디지털교과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의 교육박람회 등에서 미리 AI 디지털교과서를 접한 뒤 벳쇼 현장을 찾은 한국 교사들 사이에서도 “AI 디지털교과서가 유명 업체 프로그램보다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팀모노리스 관계자는 “개발 시 교사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하라는 지침이 있었고 검정 심사 요소에도 포함돼 해외 업체 제품에 비해 AI 디지털교과서가 쓰기 편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외 업체 상품은 한 가지 기술이 특출나게 강조된 면이 있다면 한국의 AI 디지털교과서는 다양한 기능이 적정 수준으로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며 “교실 수업 상황에서 교사와 학생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것이어서 개인화 학습에 중점을 둔 제품들과도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업체들 “AIDT는 가야 할 방향”
최근 국내에서 AI 디지털교과서는 ‘법적 지위’를 둘러싸고 한동안 부침을 겪었다. 야당은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격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교과서는 무상교육 대상이고 모든 학교에서 의무 채택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장 재량으로 채택하고 무상교육 대상도 아니다. 개발사들은 교육자료 격하 시 채택률이 떨어져 손해를 볼 수 있고, 저작권에도 제한을 받아 저작권료가 올라갈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컸다.
거부권 행사로 교과서 지위는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채택률은 당초 정부 계획보다는 떨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감안해 올해에는 한시적으로 원하는 학교만 채택하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서서다. 여기에 야당은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며 여전히 반대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원을 투자한 개발사 사이에선 향후 사업이 또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짙다. 올해 벳쇼에도 당초 개발사 중 8∼9곳이 참여하기로 했다가 많은 업체가 참여를 고사했는데,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만난 업체들도 이런 상황에 우려하는 분위기였지만, AI 디지털교과서가 결국 ‘가야 할 방향’이란 뜻은 확고했다. 조희석 천재교육 이사는 “오래전부터 교과서에 디지털 기술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현재 논란은 있지만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하면 교육은 결국 디지털 쪽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며 “추가 개발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엘리스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개발이 쉽지 않았지만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참여한 것은 도입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라며 “공교육에선 격차 해소가 중요한데 AI 디지털교과서가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상교육 관계자도 “AI 디지털교과서는 지금 시점에 필요한 교육이란 것은 분명하다. 기존 전통 교육 방식은 모든 학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등 명확한 한계점이 있고, 디지털 교육은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저희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보완해 학생들이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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