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지역 대표 아파트 단지 ‘리센츠’ ‘트리지움’이 단기간에 1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가격 반등은 최근 금리 동결 기조, 대출 규제 완화 기대감, 잠실 지역의 입지적 장점이 맞물리면서 매수 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보입니다.” (송파구 A공인 대표)
“서울 외곽 지역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노원구 중계동 일부 단지에서 지난해보다 2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선호도가 높은 중층 매물도 예외가 아닙니다. 금리 인상, 부동산 시장의 조정 국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노원구 B공인 대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지역별 가격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는 핵심 지역의 집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외곽 지역에서는 하락세가 지속되며 양극화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2월 첫째 주(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0.02% 상승하며 전주 보합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일부 강북 핵심 지역이 상승을 견인했다.
송파구는 0.13% 상승해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달 2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말 26억원까지 하락했던 가격이 약 두 달 만에 1억 원 넘게 상승한 것이다.
작년 초(21억~22억원)와 비교하면 1년 새 5억 원 이상 올랐다. 같은 지역의 ‘트리지움’ 전용 84㎡ 역시 작년 말 24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25억1500만원에 거래되며 5500만원 상승했다.
서초구도 0.06%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잠원동 ‘신반포2’ 전용 92㎡는 지난달 38억2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지난해 말(37억5000만원)보다 7000만원 올랐다. 반포동 ‘반포미도’ 전용 84㎡는 작년 말 28억원에서 지난달 30억원으로 2억원 상승했다.
강북권에서도 용산구(0.05%)와 마포구(0.05%)가 상승세를 유지했다.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 전용 166㎡는 지난달 41억3000만원에 거래돼 작년 9월(38억5000만원)보다 2억8000만원 올랐다. 마포구 도화동 ‘도화현대’ 전용 113㎡도 지난해 3월 11억4000만원에서 지난달 13억원으로 1억6000만원 상승했다.
서울 외곽 지역의 집값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노원구(-0.03%)는 상계동과 중계동의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락했다. 중계동 ‘청구3’ 전용 84㎡는 지난달 11억원(1층)에 거래됐으며, 지난해 11억8500만원(3층)보다 낮아졌다. 선호도가 높은 중층은 작년 말 13억원(10층)에 팔렸으나, 현재 가격은 2억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금천구 독산동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1차’ 전용 84㎡도 지난해 말 11억5000만원에서 지난달 11억원으로 5000만원 하락했다. 작년 최고가(12억3500만원) 대비 1억3500만원 낮은 수준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은 강남 3구 등 선호 지역이 먼저 상승한 후 인근 지역으로 상승폭이 퍼지는 ‘갭 메우기’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 주택 시장이 얼어붙으며 이러한 현상이 사라지고,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양극화는 주택 가격 상위 20%와 하위 20%의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에서도 확인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08년 통계 작성 이후 2023년까지 4.0~5.0 수준을 유지하던 서울 5분위 배율은 지난해부터 지속 상승해 지난달에는 역대 최고치인 5.6을 기록했다. 이는 상위 20% 주택의 평균 가격이 하위 20% 평균 가격의 5.6배까지 벌어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부터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고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강남권 단지에 대한 선호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은행권의 대출 규제는 여전히 유지돼 중·저가 주택 매수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시장은 전세를 활용한 ‘갭투자’가 줄었고, 상급지에서 하급지로 집값 온기가 확산하는 순환매도 사라졌다”며 “시장이 회복된다면 순환매가 다시 나타나면서 지역 간 가격 격차가 좁혀질 수 있지만, 현재의 얼어붙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이 지속되고 대출 조건이 강화되면서, 투자자들은 가장 안정적인 지역에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며 “선호 지역으로의 매수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서울 내 지역별 집값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