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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도 감동도 5배…“‘다섯쌍둥이’ 건강하게 컸어요”

입력 : 2025-02-09 06:24:49 수정 : 2025-02-09 1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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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자연임신 다섯쌍둥이 중 4명 퇴원

“워낙 1kg도 안되는 초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들이라 걱정이 컸는데 다행히 지금은 모두 건강합니다. 밥도 잘 먹고 살도 부쩍 올랐어요. 다섯쌍둥이 중 퇴원한 아이들 네 명 모두 몸무게가 3∼4kg대로 정상이에요. 네 아이가 한꺼번에 울 땐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우렁차답니다.”

 

엄마 사공혜란(31)씨는 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섯쌍둥이 근황을 전했다. 지난해 9월 20일 서울성모병원에서 태어난 다섯쌍둥이는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국내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당시 아들인 첫째(새힘이), 둘째(새찬이), 셋째(새강이)는 800~900g, 딸인 넷째(새별이), 다섯째(새봄이)는 700g대 몸무게로 태어났다.

 

지난해 9월20일 서울성모병원에서 태어난 다섯쌍둥이의 현재 모습. 8일 생후 4개월이 지난 현재 넷째 새별이를 제외하고 모두 퇴원했다. 왼쪽부터 새힘이, 새찬이, 새강이, 새봄이. 사공혜란씨 제공

 

사공혜란씨는 “출산 후 처음 아이들을 만나러 갔을 때 딱 손바닥만한 크기였다. 너무 작아서 놀랐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며 “무엇보다 아이 다섯이 무사히 다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컸다”고 회상했다. 

 

신생아 평균 몸무게인 3kg 초반을 훨씬 못 미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온 아이들은 엄마의 걱정을 알기라도 한 듯 무럭무럭 자랐다. 8일 생후 4개월이 지난 현재 넷째 새별이만 남기고 모두 퇴원한 상태다. 새별이도 안정적인 상태로 한 달 안에는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일 건강하게 자란 새찬이가 분유를 먹고 있다. 사공혜란씨 제공

 

다섯 아이를 한꺼번에 뱃속에 품는 건 임신을 알아차린 순간부터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임신 과정에서 태아뿐 아니라 엄마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서다. 사공씨의 경우도 처음 다섯 개 아기집을 확인한 주치의가 선택적 유산을 권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아이 한명도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아이 다섯 모두 낳고 싶었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지금 아이들을 보고 그때 그렇게 선택한 게 정말 다행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다섯쌍둥이 중 한 아이가 지난해 9월20일 태어난 직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는 모습. 서울성모병원 제공

 

고비도 있었다. 막내 새봄이의 장에 천공이 생긴 것이다. 구멍의 위치나 크기를 확인하려면 응급 수술이 필요했다. 신생아 괴사성 장염이나 태변성장폐색으로 천공이 다발성으로 발생하면 정상의 장 보다 매우 짧아지는 단장증이 생기거나, 인공항문인 장루를 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천공은 한 곳이었고 그 부위만 꿰매고 고비를 넘겼다.

 

고비마다 아이들을 살려낸 윤영아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미숙아는 폐와 심장부터 시작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부분을 면밀하게 보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다섯쌍둥이처럼 1kg 미만의 초극소 미숙아의 경우 폐가 발달하지 않아 자가 호흡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관 삽관을 미리 준비하는 등 타과와 팀을 꾸려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윤영아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특히 ‘미니멀 케어’를 중시한다. 과도한 수술이나 검사로 아이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윤 교수는 “피검사 하나도 함부로 결정하지 않는다”며 “항생제도 적기에 쓸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등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엄마 사공씨는 “크고 작은 고비를 무사히 넘긴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다둥이 육아를 하느라 현재는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지만 아이들만 보면 힘이 난다”며 “넷째도 건강하게 퇴원해, 많은 사람들의 축복과 도움을 받고 태어난 만큼 작은 것에도 행복감을 느끼고 베푸는 아이들로 자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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