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영일만 일대 매장된 가스·석유 구조, 일명 ‘대왕고래’ 1차 시추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공식 발표한 뒤 추가 시추 필요성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1회 시추에 약 1000억원으로 고비용일뿐 아니라 성공 가능성도 높지 않은 탓이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추가 탐사시추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이번 실패로 명분이 약해진 상태에서 여소야대 국면을 뚫고 추가 시추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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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왕고래 1차 시추 결과를 브리핑하며 “가스 징후가 일부 있었음을 확인했으나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어서 경제성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구조의 규모는 컸지만 속은 비어있던 셈이다.
탐사시추의 목적은 석유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유망구조’에 석유나 가스를 구성하는 유기 화합물인 탄화수소의 매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석유공사가 동해 심해에 있는 유망구조 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밝힌 만큼 석유 매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왕고래에 탄화수소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가능성 있는 6개 유망구조 탐사시추 필요해
다만 대왕고래 자체는 석유를 생산하기에 적합한 요소를 갖춘 구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스가 생성되는 근원함을 보관하는 ‘저류층’, 밀폐할 수 있는 ‘덮개함’ 등 전반적인 석유 시스템은 적절히 갖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나머지 6개 유망구조에 대한 추가 탐사시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7일 방송에 출연해 “가이아나는 14번, 노르웨이는 33번 만에 (석유 발견에) 성공했다”며 “이번 시추에서 확보한 시료를 분석해 기존 물리탐사 자료의 오차를 시정한 뒤 성공률을 높일 것”이라며 추가 시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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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장관은 또 “나머지 6개 구조는 대왕고래와 다르다. 다른 깊이에 있는 유망구조에 대해서는 탐사할 필요성이 높다”며 “후속 탐사에서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결과를 6월쯤에 발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해 울릉분지 일대에서 발견된 구조 ‘마귀상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은 (밝히기) 이른 시점”이라며 “보고서가 의도치 않게 유출됐는데 국내외 전문가 검증을 거쳐 확인되면 국민께 알릴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액트지오의 보고서에 따르면 동해 울릉분지 일대의 14개 유망구조의 총 매장량은 최대 50억배럴에 이르며, 마귀상어에는 최대 12억9000만배럴의 가스·석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방송에 출연해 “한 번 시추해봤는데 바로 (석유·가스가) 나온다면 산유국이 안 되는 나라가 어디 있겠나”라며 “앞으로 시추를 더 하게 될지 (모르지만), 저는 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野 “대왕고래는 ‘대사기극’” 누리꾼 “대왕구라”
하지만 성공 가능성과 무관하게 추가적인 탐사시추 진행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왕고래를 ‘대사기극’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민주당이 추가 사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예산권을 쥐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대왕고래 올해 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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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에 대해 “정부·여당과 대통령이 다 나선 대사기극이었다”며 “윤석열은 그 사기극 예산이 깎인 것을 대표적 계엄 명분의 하나로 내세웠다. 사기극을 명분으로 더 큰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고 강하게 꼬집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윤석열이 탄핵소추 됐으니 이쯤에서 끝난 것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윤석열 눈치 보면서 나올 때까지 1000억씩 낭비해가며 시추공을 계속 찔렀어야 할 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정치적으로 비치는 점도 추가 탐사시추의 발목을 잡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례적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해 직접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한 데다, 주무부처의 장관까지 나서 “동해 석유·가스전의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며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배경에 프로젝트 결과까지 안 좋게 나오자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대왕고래가 아니라 ‘대왕구라’였다”고 비꼬았고, 또 다른 누리꾼은 “(지난해) 처음 뉴스 나올 때부터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것 눈치 못 챈 사람 있나”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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