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부가세, 관세보다 훨씬 가혹”
통상국 규제·정책·세금까지 수치화
관세로 환산한다지만 사실상 불가능
실제로도 “관세 해법은 美 투자” 주장
TSMC마저 美 인텔 지분 인수 검토
韓, 美에 산업 공조 방안 제시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의 관세뿐 아니라 부가가치세(부가세) 등 비관세 장벽, 철강·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을 포함한 주요 수입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통한 ‘관세 전쟁’을 선포한 것은 미국이 그간 ‘불공정한 무역 관행’ 때문에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역 적자를 봤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나아가 미국에 더 투자해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서 부가세에 대해 “관세보다 훨씬 더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과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부가가세를 부과하지만 미국은 주별로 판매세를 다르게 부과하는 것 말고는 부가세를 매기지 않는다. 미국에 없는 세목을 부과해 미국산 제품에 비관세 장벽을 치고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다. 그는 13일 백악관에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모두 관세로 보고 4월 초까지 이를 검토해 국가별로 상응하는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비관세 장벽 첫 사례로 대부분 국가가 부과하는 부가세를 지목한 것이다. 향후 이같은 비관세 장벽이 계속 제시될 전망이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상호 관세를 국가별로 맞춤형으로 책정할 것이라며 “관세, 부가세를 포함해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세금 또는 역외 세금”을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보조금과 부담스러운 규제 요건을 포함해 불공정하거나 해로운 조처, 정책·관행 때문에 미국 기업과 노동자, 소비자에 초래하는 비용”도 평가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40여일간 각국이 치열한 대미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정확하게 비금전적 무역 장벽의 비용을 책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급된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세금, 역외 세금, 보조금, 규제, 정책·관행 등 비관세 장벽”이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상호 관세로 치환될 수 있는지를 미 당국이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아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상대국의 내부 정책에 대한 간섭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한국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대미 관세가 거의 0에 가깝다. 하지만 미국산을 포함한 수입품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데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25% 관세 부과를 발표한 철강산업과 관세 발표를 예고한 자동차, 반도체 등을 대미 주력 수출 상품으로 삼고 있어 상호관세 뿐만 아니라 품목별 관세까지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서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영향권에 들었다. 정부가 추진하는대로 에너지 수입 증가 등으로 미국과의 대미 무역수지 개선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품목별로 관세를 모든 나라에 부과할 경우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건 대미 투자 확대로 압축된다. 그는 “어느 나라든 미국이 너무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고 느낀다면 그들이 할 일은 그들의 대미 관세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라며 “당신의 제품을 미국에서 제조하면 관세는 없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반도체과학법 등을 통해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에 부정적이었던 그는 ‘관세로 하면 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 대미 투자를 확대하는 움직임은 벌써 진행되고 있다. 14일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따라 미 반도체 기업 인텔 공장의 지배 지분을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의 경우 각 기업이 저마다 이유로 현지 생산을 늘리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자동차 업계 등은 이미 미국 내 공장 가동률을 최고 수준으로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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