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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 폭풍’ 현실화… ‘김동연發 경제전권대사’는 감감무소식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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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18 08:00:00 수정 : 2025-02-18 17: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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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간담회·다보스포럼서 ‘경제전권대사’ 요청 선견지명
계엄·탄핵 정국 장기화…‘美 관세 폭풍’에 정부 속수무책
경기도 자동차·반도체·바이오벨트…산업계 파장에 긴장
자동차·반도체·바이오 관세 가능성↑…道, 대응책 부심

“대한민국 ‘대행의 대행 정부’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화를 나눌 얼굴이 없다고 하더군요.”

 

지난달 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을 마치고 일주일 만에 귀국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입에선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김 지사가 미국 워싱턴 정가의 소식통을 인용해 계엄·탄핵사태를 바라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우려를 전달한 것입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4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 귀국길에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 “트럼프, ‘대행의 대행’ 韓 정부 상대하지 않아” 현실화

 

그는 인천공항에서 가진 동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다보스를 방문한 인사가 워싱턴 고위 소식통으로부터 얻은 정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권한대행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이른 시일 안에 (정파를 초월해) 여야 합의로 대한민국을 대표할 경제전권대사를 임명한 뒤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 사라 샌더스 미국 아칸소 주지사(왼쪽·전 백악관 대변인)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 지사는 ‘외교적 결례’라며 이 발언의 주체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습니다. 다만 ‘워싱턴에서 온 관계자’라고 언급했습니다. 동석했던 도 관계자는 “워싱턴 관계자는 현재 한국이 겪는 혼란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인사가 다소 거친 표현을 섞어가며 우려했다고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지사는 경제전권대사를 지난달 13일 수원시의 한 설렁탕집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처음 제안했습니다.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슈퍼추경과 함께, 닥쳐올 경제위기의 해법으로 전권대사 카드를 꺼내 든 것입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왼쪽)가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세계경제포럼(WEF) 행사장 인근에서 게리 콘 IBM 부회장(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상 ‘경제 무정부 사태’에서 출구전략으로 제안된 전권대사는 여야 협의를 거쳐 통상·투자 등에서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층을 상대할 한국의 권위 있는 경제 카운터 파트를 미국으로 보내 해법을 모색하는 방안입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서 임명됐던 김기환 대외경제협력 특별대사가 벤치마킹 모델입니다.

 

한국은행의 외화 보유액이 급감했던 1997년 12월 임창열 당시 경제부총리는 김 특별대사를 미국으로 급파했고, 기존 IMF와의 협약서에 더 과감한 구조조정안을 담은 ‘IMF 플러스’가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장관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랐습니다. 이어 같은 해 크리스마스이브에 IMF의 100억 달러 조기지원안이 발표되면서 한국은 비로소 최종 부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 트럼프발(發) 관세 폭풍…道 국내 제조업 3분의 1 차지

 

탄핵정국의 한국 정부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며 트럼프발 관세 폭풍에 미온적 태도를 내비쳤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적용 관세율이 낮아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비관세장벽까지 포함해 평가하겠다고 예고한 점을 들어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관세 폭탄이 사실상 현실화하면서 자동차와 반도체, 바이오산업 등 국내 핵심기업들과 이 산업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기도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13일(현지시간) ‘상호 관세’ 부과 결정이 담긴 문서에 서명한 뒤 도는 미국과 FTA를 맺은 한국도 조만간 대상국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도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입니다.

스위스 유력지 ‘블릭(Blick)’에 다보스포럼 개막 당일 실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련 기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포럼 기간 가장 큰 관심을 끌어모았다. 오상도 기자

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557억 달러로 미국의 표적이 된 중국, 멕시코 등에 이어 8위권에 올랐습니다. 미국 정부가 관세뿐 아니라 부가가치세, 역외 세금 등을 고려해 상호 관세 부과율을 결정할 방침이어서 FTA를 통해 대다수 관세를 없앤 한국 역시 대상국이 될 전망입니다. 

 

관건은 도내 산업의 핵심축이 자동차와 반도체, 바이오·의약품이라는 점입니다. 경기도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를 중심으로 제조업 부가가치 및 벤처기업 수에서 국내 산업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합니다. 지역내총생산(GRDP) 역시 4분의 1 이상을 차지합니다.

 

산업별로는 반도체(80% 이상), 바이오·헬스(40%), 자동차(26%)에서 생산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도내 3대 주력 산업 벨트는 4월2일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를 기점으로 잇달아 영향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대 대미 수출 품목인 자동차는 도내 서남부권인 광명(기아차)∼시흥·안산(부품)∼화성(현대차 남양연구소·기아차)∼평택(KG모빌리티·기아차)∼성남(판교 자율주행 단지)에 산업 벨트가 형성됐습니다. 도는 첨단 자동차 개발생태계를 조성하면서 국내 자동차 연구·개발(R&D) 투자 1위(75%)도 기록 중입니다.

경기도의 남서부에 집중된 자동차·반도체·바이오 벨트. 경기도 제공

반도체의 경우 반도체법에 따른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재검토될 전망입니다. 용인(시스템·메모리)∼화성(메모리·파운드리)∼안성(소재·부품·장비)∼평택(메모리·파운드리)∼이천(메모리)∼성남(팹리스)의 남부권 반도체 벨트도 영향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곳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와 국가첨단 소부장 특화단지 조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연초부터 반복된 ‘경고’…경제전권대사·대미통상조사단 거론

 

의약품·바이오 분야는 서부권에 벨트가 형성됐습니다. 화성(제약·화장품)∼수원(첨단 바이오)∼시흥(바이오·의약)∼고양·파주(메디컬·의료기기)∼성남(디지털헬스케어)에 걸친 벨트는 경기도를 국내 제약·의료기기·화장품 산업 1위(40%), 바이오·의약품 4위(10%)에 올려놓았습니다.

 

앞서 김 지사는 올해 신년기자회견과 다보스포럼에서 잇달아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상대할 경제전권대사 임명을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이어 다보스포럼에선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사라 샌더스 전 백악관 대변인 등을 만나 경제 상황을 논의하고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특히 김 지사는 콘 전 위원장에게 “트럼프 행정부와 대한민국, 경기도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콘 전 위원장은 “한국에 대한 조치가 예상되거나 마련되면 곧바로 알려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 지사는 이달 12일 도의회 업무보고에선 도 차원의 대미통상환경조사단 파견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역시 도내 기업에 대한 R&D 지원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도 차원에서 홀로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만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통과를 위해 힘을 보태는 방안도 내놨습니다. 도 관계자는 “다양한 내용을 논의하고 검토하는 단계”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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