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생 설정에 나도 놀라
‘더 글로리’ 차가운 인상 벗고
후드티 입고 편안하게 연기
차기작선 연쇄살인마 변신
3월부터 연극 무대도 올라
좋아하는 일 놓치기 싫어요
“저를 보시는 분들이 늘 (저를) 몰라보시면 좋겠어요. 저를 단정하고 싶지 않고, 매번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애쓰는 것 같습니다.”
배우 정성일이 새로운 모습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가해자의 남편 하도영, ‘전, 란’의 일본군 선봉장 겐신을 거쳐 이번에는 자유분방한 영혼의 신입 프로듀서(PD) 역할을 소화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트리거’ 종영을 앞두고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정성일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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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은 극 중 탐사보도 프로그램 팀에 낙하산으로 들어온 신입 PD 한도 역을 맡았다. 팀에 어울리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였지만, 약자들의 편에서 일하고 팀원들과 점점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정성일의 달라진 외모도 화제가 됐다. 그간 보여준 차가운 이미지와 정장 차림에서 벗어나 후드티와 청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자유로운 MZ세대를 연기했다. 그는 “1990년생이라는 사실에 저도 놀랐다. (캐스팅 당시) 제 나이보다 5살 정도 어린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어린 역할인 줄 알았다면 안 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 나이보다 열 살 아래의 모습을 연기했지만, 오히려 자신과 닮은 점이 많은 역할이라 부담은 적었다고 한다. “의상에 대해서 딱히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평소에 제가 입는 스타일의 옷이 많았습니다. 정장보다 후드티, 청바지를 입고 연기를 하니 편안했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모습이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동물을 좋아하는 것은 한도와 저의 공통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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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에 맞춰 극 중에서는 늘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새끼손톱에는 매니큐어를 칠하고 나왔다. 정성일은 “사탕은 어린아이의 ‘쪽쪽이(공갈 젖꼭지)’처럼 한도가 불안할 때 물고 있는 것”이라며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소품이었는데, 하도 물고 있어서 당뇨에 걸리는 줄 알았다”고 웃어 보였다.
까칠하고 배려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던 한도는 다양한 사건을 겪으면서 스스로 감정을 드러낸다.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 프로그램팀에 들어가고 싶었던 그는 탐사보도팀에서 고양이가 살해되는 사건을 추적하며 열정을 찾게 된다.
정성일은 “요즘은 가짜뉴스가 판을 치면서 무엇이 진실이지 모르는 세상이 됐다”며 “이렇게 끝까지 진실을 좇는 탐사보도팀이 일종의 판타지가 된 상황에서 희망을 주는 메시지의 작품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 작품을 택했다”고 말했다.
2023년 ‘더 글로리’로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졌지만, 정성일은 2007년 데뷔한 이후 주로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했다. 그는 “오래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레 여러 가지 역할을 해보려고 노력하게 됐다”며 “그동안 공연을 오래 하면서 저한테는 이번 역할도 막상 그렇게 큰 변화는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정성일의 다음 모습도 기대가 된다. 그는 다수의 차기작에서 또 새로운 모습을 보일 채비를 하고 있다. 첫 스크린 주연에 나서는 영화 ‘인터뷰’에서는 뛰어난 두뇌와 치밀한 성격으로 범죄를 은폐하는 연쇄살인마 역할을 맡고, 디즈니플러스 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비서실장으로 변할 예정이다. 다음달부터는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에서 올드맨 역을 맡는다. 세 편의 에피소드가 담긴 옴니버스 형태인 만큼 세 가지 캐릭터로 변신해 다양한 매력으로 무대를 채울 계획이다.
“저는 좋아하는 일은 놓치기 싫어요. 시간은 한정돼 있고, 이왕이면 제가 잘하는 것을 많이 남겨 놓으려고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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