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 간부들이 면접 조작 등 위법·편법으로 가족을 채용시킨 것으로 감사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10여년 간 규정 위반은 870건이 넘는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의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27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13년 이후 7개 시도선관위에서 진행한 291회의 경력경쟁채용 과정에서 총 878건의 규정 위반이 확인됐다.
선관위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가족을 합격시키기 위해 다양한 위법·편법이 동원됐다.
이들은 인사 담당자에게 자녀가 채용될 수 있도록 청탁했다.
이를 위해 채용 공고 없이 선관위 자녀를 내정하거나, 친분이 있는 내부 직원으로 시험위원을 구성해 면접 점수 조작·변조가 이뤄지기도 했다.
조사 결과 중앙선관위 김세환 전 사무총장(장관급)은 2019년 아들이 인천 강화군선관위에 8급 공무원으로 채용되도록 부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중앙선관위 송봉섭 전 사무차장(차관급)도 2018년 충북선관위 담당자에게 전화해 당시 충남 보령시청에서 근무 중이던 딸을 충북 단양군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으로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고위직 간부들의 가족은 선관위 입성에 성공했다.
감사원은 채용 비리에 연루된 선관위 전·현직 32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공직 채용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공정한 채용을 지휘·감독해야 할 중앙선관위는 인사 관련 법령·기준을 느슨하고 허술하게 마련·적용하거나 가족 채용 등을 알면서 안이하게 대응했고, 국가공무원법령을 위배해 채용하도록 불법·편법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선관위 고위공직자 자녀 특혜채용 의혹은 2023년 5월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원회도 경력채용 조사를 벌였다. 권익위는 2023년 9월 채용비리 총 353건을 적발해 28명을 고발했다고 발표했다.
7년간 임용한 총 384명의 경력채용자 중 58명(15%)이 부정합격 의혹자라고 밝혔다. 또 162회 경력채용 중 104회(64%)에서 국가공무원법과 선관위 자체 인사규정에서 정한 공정채용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감사원 선관위 직무감찰은 앞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선관위는 “기관 독립성을 침해한다”며 감사원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선관위는 헌법 97조에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행정기관 및 그 공무원의 직무’로 명시돼 있는 점을 근거로 “행정기관이 아닌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채용 비리에 대해서만 비판 여론이 거세 감사를 수용했다.
이날 헌재는 재판관 전원 일치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현행 헌법 체계 하에서 대통령 소속하에 편제된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선관위의 공정성,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며 “이는 대통령 등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선관위를 독립적 헌법기관으로 규정한 헌법 개정권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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