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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1절에 두 쪽 난 대한민국, 순국선열 앞에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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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02 22:57:31 수정 : 2025-03-02 22: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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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의원 “선관위·헌재 부수자”
李는 ‘연평도 주민 비하’ 논란
정치권 분열 조장 더는 안 돼
3.1절 탄핵 찬반 집회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신현우 기자 = 1일 서울 경복궁역 일대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범시민 대행진(왼쪽)이, 여의대로에서는 세이브코리아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3·1절 국가비상기도회'가 각각 열리고 있다. 2025.3.1 uwg806@yna.co.kr nowwego@yna.co.kr/2025-03-01 19:45:06/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그제는 제106주년 3·1절이었다.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조상들이 흘린 피와 땀, 눈물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날에 정작 대한민국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찬반 여부를 놓고 두 쪽으로 갈라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3·1절 기념사에서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통합”이라고 당부한 것이 무색할 지경이다. 국민을 두 진영으로 나눠 분열과 대립,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 정치권이 있다. 여야 지도자들을 향해 ‘순국선열 앞에 부끄럽지 않냐’고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이날 40명 가까운 소속 의원이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서천호 의원은 윤 대통령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진 선거관리위원회,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지키고 사법부 판단을 옹호해야 할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아무리 탄핵에 반대하더라도 대한민국 국격을 추락시킨 12·3 비상계엄 사태부터 먼저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같은 시각 헌재 옆 안국역 부근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에 의원 130여명이 몰려갔다. 당 지도부는 빠진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직접 참석했다. 이 대표가 “12월3일 내란의 밤이 계속됐다면 아마 연평도로 가는 깊은 바닷속 어딘가에서 꽃게 밥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비판을 자초했다. 꽃게잡이로 생계를 꾸려 가는 연평도 주민들을 무시하고 비하했다는 것이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지역 주민과 군 장병들이 겪는 트라우마를 의식했다면 하지 말았어야 할 부적절한 발언이다.

3·1절 당일 탄핵 찬반 집회에 집결한 인원을 모두 더하면 총 14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80년 전 해방 공간의 좌우 갈등이 떠올라 통탄을 금할 길 없다. 순국선열이 후손들의 이런 모습이나 보자고 목숨을 걸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것은 아닐 것이다. 헌법재판관 8명은 이르면 이달 중순 탄핵심판 결정을 선고할 전망이다. 얼마 안 남은 만큼 여야 모두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언동을 일절 중단하고 차분히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헌재 선고 이후 결정 승복과 국민 통합을 이끌어 낼 책임 또한 정치권에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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