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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의정 갈등에 간호사 채용 67% ‘뚝’… 발령대기 ‘웨이팅 게일’도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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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03 17:16:49 수정 : 2025-03-03 23: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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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병원 44곳 중 25곳 간호사 채용 미정… “피해는 환자들 몫”

2025년 상급병원 입사 2901명 그쳐

지방 병원은 26%만 “올해 뽑겠다”
전공의 이탈로 수술·입원 수 줄자
경영 악화에 간호사 모집 최소화

매년 졸업생 2만여명 쏟아지는데
코로나 때보다 채용 규모 더 악화
간호협 “채용 활성화책 마련 시급”
복지부 “고용 견인 정책 강화할 것”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경영이 악화한 상급종합병원들이 올해 간호사 채용을 전년 대비 67%까지 감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발령을 위한 올해 신규 채용 계획마저 과반이 미정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간호사 취업난은 의·정 갈등의 새로운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 채용됐지만 정식 발령을 받지 못한 이른바 ‘웨이팅 게일(발령을 기다린다는 뜻의 ‘Waiting’과 간호학의 창시자 나이팅게일 합성어)’도 60%에 달해 간호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장 간호사의 근무 환경도 악화할 수밖에 없어 그 피해가 환자에게로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일 대한간호협회의 ‘신규 간호사 채용 현황 3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47곳 중 조사에 응답한 44개 병원에서 올해 신규 간호사로 채용한 인력이 2901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채용자 수(8906명)보다 67% 하락한 수치다. 2023년 채용자 수는 1만3211명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 대비 채용자 수가 33%가량 감소했는데, 올해엔 의·정 갈등 소용돌이 속에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때보다 채용이 더 줄어든 것이다. 실제 채용 병원 수도 지난해 44곳에서 19곳으로 줄었다. 통상 대형병원은 매년 상반기에 신규 간호사 모집공고를 내고 하반기에 채용 절차를 진행한다. 합격자가 이듬해 1월 간호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3월부터 순차적으로 발령받는 방식이다.

 

간호사 채용 감소 원인으론 지난해 불거진 의·정 갈등이 지목된다.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상급종합병원의 수술 및 입원 건수가 감소했고, 경영 악화를 이유로 신규 간호사 채용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실제 간호대 학생들 사이에선 “연초인데 채용소식이 아직 없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 등의 불평이 이어진다. 이화여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서모(22)씨는 “날이 갈수록 취업이 어려운 걸 느낀다. 전보다 더 높은 학점, 어학성적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신규 간호사들은 경험을 쌓기 위해 3차 병원에 입사하기를 바란다. 규모가 큰 만큼 의·정 갈등으로 인한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채용 시장 한파와 함께 이미 대형병원 취업에 성공한 간호사들도 발령이 무기한 연장되고 있다.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신규 채용 간호사 8906명 중 실제 발령자는 2893명(32%)뿐이었다. 서울아산병원도 올해 채용공고를 내면서 ‘최종합격 발표일로부터 2년까지 발령대기가 발생할 수 있으며, 병원 필요에 따라 1년의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지난해 취업한 뒤 아직 발령 날짜가 나오지 않은 간호사 A씨는 “기다림이 길어지니까 불안하다”며 “취업이 잘되는 직종이라는 간호사인데,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놀고 있다. 주변에선 기약 없이 기다리던 친구들도 요양병원, 종합병원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 김모씨는 “1년 6개월을 넘게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며 “외부 상황을 보고 퇴사자도 줄면서 입사 대기자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매년 간호대 졸업생이 2만명이 넘게 쏟아지지만, 올해 새롭게 채용을 계획 중인 상급종합병원도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2025년도 간호사 국가시험 응시자 수는 2만5280명, 합격자 수는 2만3760명으로 집계됐다. 응시자, 합격자 수 모두 역대 최대치다.

 

하지만 간호협회 조사 결과 상급종합병원 44곳 중 25곳이 올해 채용 계획에 대해 ‘채용 미정’이라고 답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1곳 중 13곳(62%)이 올해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수도권 외 지방의 상급종합병원 23곳에선 6곳(26%)만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신규 간호사들은 자기 삶의 방향마저 잃어버린 채 불안해하고 있고, 졸업을 앞둔 예비간호사인 간호대학 4학년 학생들은 고용절벽에 내몰리고 있다”며 “특히 수도권 외 의료기관의 신규 간호사 채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간호사는 필요에 따라 적절히 배치될 수 있도록 배출되어야 한다. 지금은 수요처(병원 채용) 없이 공급(졸업생)만 늘리고 있다. 의사 파업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현장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도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그 피해는 환자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진료지원(PA) 간호사 제도화를 비롯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교육전담간호사 지원사업 등 신규 간호사 채용을 견인하는 정책을 지속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간호대 졸업생들이 선호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영난이 갈수록 가중돼 현재 배출되는 간호인력도 현장에 배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장에 와닿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전공의 이탈 후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 채용이 확 줄었다. 서울대의 경우 하반기에 400∼500명을 뽑았는데, 올해엔 50명가량만 채용했다”며 “수요가 정체된 시기에 간호대 입학 정원만 늘리는 상황이다. 입학 인원 조정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장한서·변세현·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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