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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접종·치매 검진으로 건강 챙기고… 황톳길 걸으며 ‘힐링’ [지방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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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06 06:00:00 수정 : 2025-03-05 21: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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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도시’ 꿈꾸는 성남시

65세 이상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
독감은 모든 시민 대상… 발병률 낮춰
나이 상관없이 누구나 치매 조기검진

공원 5곳 실내 황톳길… “날씨 걱정 뚝”
옛 하수처리장, 친환경 휴식 공간 변신
1급수 탄천은 자연 친화 생태하천으로

“답답한 겨울에도 마음 놓고 황톳길을 걸을 수 있어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주민 최모(71)씨는 요즘 ‘맨발 걷기’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수은주가 영하까지 뚝 떨어지는 늦겨울에 맨살을 드러내고 걷는다면 눈살을 찌푸리기 마련이지만 실내에 온수까지 갖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씨가 일주일에 서너 번씩 찾는 곳은 인근 중앙공원 실내 황톳길. 520m 구간 중 일부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조명과 온풍기, 온수시설을 놓았다. 발바닥을 부드럽게 자극하는 황토의 촉감을 느끼며 땀을 뺀 직후 몸을 추스를 수 있다.

경기 성남시 희망대공원의 맨발 황톳길. 성남시 제공

성남시는 중앙공원을 포함해 율동·위례·황송·희망대공원의 5곳에 비닐하우스 실내 황톳길을 마련해 노인 등 건강 취약계층이 마음 놓고 사용하도록 했다. 이는 건강·치유 프로그램의 하나다. 숲의 햇빛,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음이온에 노출된 신체가 맨발로 땅과 접촉하며 부정적 에너지를 배출하고 면역력을 높인다는 어싱(earthing)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올해 1월 성남시청 한누리홀. 의사 출신인 신상진 성남시장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명품 힐링도시를 만들기 위해 3400여 공무원과 함께 열심히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4차산업 특별도시의 성과를 나열하면서 동시에 건강도시를 화두로 제시한 것이다. 신 시장은 “건강·문화·힐링도시로서 면모를 강화하겠다”며 “65세 이상 시민에게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치매 정밀검사는 모든 시민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맨발로 걷는 건강한 일상, ‘어싱’

성남시가 시민 삶을 바꾸는 다양한 정책으로 건강·힐링도시를 표방하고 나섰다. 5일 성남시에 따르면 맨발 황톳길은 최근 시민 삶에 여유로움을 보탠 일등공신이다. 황톳길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건강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시는 지난해 황톳길을 기존 6곳에서 11곳으로 확대했다. 구미동 공공공지의 경우 기존 320m에서 430m를 추가해 750m 구간으로 확장했다. 겨울철 이용이 가능한 비닐하우스 존에선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협업해 온수를 공급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도 시민들이 따뜻하게 발을 씻으며 몸을 녹이도록 했다. 덕분에 황톳길은 시민들이 자연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성남에선 다양한 친환경 프로젝트들이 이어지고 있다. 버려진 공간을 되살려 자연친화적 여가시설을 조성하는 구미동 옛 하수처리장 부지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 27년간 방치된 하수처리장 부지를 시민 휴식공간으로 재단장해 올 6월 임시개방을 앞두고 있다. 이곳을 시의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킨다는 복안이다.

2023년 11월 폐기물 제거작업이 시작됐고, 지면 평탄화를 거쳐 올해 초 디자인 개선사업에 들어갔다. 조만간 너른 잔디광장과 꽃밭, 산책로가 조성되고 뮤직센터와 카페가 들어선다. 시 관계자는 “버려진 것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큰길 옆 옛 하수처리장을 두고 민원을 쏟아냈던 인근 주민들은 재단장 사업을 모두 반기는 분위기다.

시의 대표 하천인 탄천은 자연과 도시의 공존을 상징한다. 2년 연속 1급수 수질을 달성하는 등 체계적 하천 관리의 결실로 평가받는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탄천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각각 1.65㎎/ℓ, 1.58㎎/ℓ를 기록해 1급수 기준(2㎎/ℓ 이하)을 충족했다. 시는 2년간 7만3000㎥가 넘는 퇴적물을 준설하고, 15.7t의 부유물을 제거했다. 도심 생태하천의 모범사례이기도 하다. 현재 탄천에선 버들치, 갈겨니, 모래무지 등 45종 수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보건소에서 한 시민이 대상포진 무료접종을 받고 있다. 성남시 제공

시는 다양한 무료 예방접종과 검진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 중 전 시민 대상의 독감 무료접종은 공공의료 패러다임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겨울부터 2024년 봄까지는 전 시민의 50%가 접종을 마쳤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연령대별로는 65세 이상 노인에서 86%, 6개월∼13세 유아·어린이에서 73%를 기록했다. 14∼64세(34%)에 비해 건강 취약층의 접종률이 높았다. 수정구 위례동의 주민 박모씨는 “올해는 경제적 부담을 덜고 온 가족이 편하게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높은 접종률은 발병률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의 독감 발병률은 7.5%로, 전국 평균 7.9%, 경기도 평균 8.4%보다 낮았다. 시는 이를 근거로 질병관리청에 전 국민 대상 무료 예방접종 확대를 제안한 상태다. 시는 531개 의료기관과 협력해 안정적 접종체계를 구축했고, 향후 전국 단위로 무료접종이 확대되면 벤치마킹 모델이 될 전망이다.

◆무료접종 확대…치매 조기 검진

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대상포진 무료 예방접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21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경제적 부담으로 접종을 망설이던 노인들이 대상이다. 기존 60세 이상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더해 올해 7월부터는 대상을 65세 시민으로 확대한다. 시중에서 15만∼20만원에 달하는 백신 비용 전액이 시 예산으로 지원된다. 4년 전 시행 당시 7009명이던 접종자는 지난해 1만1000여명으로 늘었고 접종률은 50%에 달했다.

시는 이 같은 성과를 근거로 건강 형평성 제고 정책의 성공사례라고 자부한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낮은 고령자들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피부 발진과 수포가 특징인데, 신경계를 따라 퍼지면서 삶의 질을 크게 저하한다.

시는 치매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해 수정·중원·분당구의 3곳 보건소에서 무료 치매안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모든 주민이 검사에 참여할 수 있다.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1차 선별검사는 기억력 관련 문항(13개)에 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인지 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나면 심층 검사인 2차 진단검사(의사 면담)를 받게 된다. 치매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시와 협약을 맺은 상급 의료기관에서 3차 정밀 감별검사가 진행된다.

올해부터는 연령 구분 없이 중위소득 120% 이하 모든 시민에게 최대 33만원의 검사비를 지원하고 있다. 수정구 신흥동 주민 장모씨는 “70살이 넘으니 자꾸 깜빡해서 치매가 아닌가 의심이 됐다”면서 “성남시 노인통합돌봄상담콜센터에 상담을 받고 보건소에서 예약 없이 1차 선별검사를 했다. 치매는 아니라고 해서 안심하고 생활하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신상진 성남시장 “시민 마음 놓고 사는 안심 도시로 만들 것” 

 

“올해는 성남이 글로벌 명품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전환점이 되는 해입니다.”

 

신상진(사진) 경기 성남시장은 올해 시정 목표로 시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 세계와 경쟁하는 비전, 도시 곳곳에 스며든 혁신을 내세웠다. 신 시장은 5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건강도시의 면모를 더욱 높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판교 밸리’로 상징되는 첨단산업도시 성남이 주민 건강과 힐링에 관심을 쏟는 건 주민 밀착형 행정 덕분이다. 최근 1기 신도시 주택공급 정책을 두고 신 시장이 “시민들의 바람 중 하나인 재개발·재건축이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정부에 목소리를 높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신 시장은 서울대 의대를 다니며 사회운동을 한 ‘특별한’ 경험을 지녔다. 1980년대 빈촌이던 성남시로 넘어와 야학교사로 일하다가 시민운동가로 변신했다. 의사가 된 뒤에는 의약분업 때 대정부 투쟁을 이끌었고, 이후 4선 국회의원으로 정치 인생을 걸었다.

 

그는 “1978년 겨울, 폐결핵 환자인 19세 청년이 공사장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사회운동에 투신했다”며 “모진 고초를 당했지만 사회를 바꾸겠다던 결심은 변치 않았다”고 강조했다.

 

신 시장은 이런 결심을 토대로 재임 기간 성남시를 모든 시민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안심도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치매 환자 등의 가족이 겪는 고통이 엄청나다”며 “이들을 방치하는 사회는 정상 사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시민 대상의 독감 백신 무료접종과 65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대상포진 예방접종 사업을 끄집어냈다. 신 시장은 “독감 백신 무료접종 사업으로 집단 면역력 형성이 크게 향상됐다”며 “시민 건강을 우선으로 더 나은 보건의료 정책들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65세 이상 어르신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새롭게 도입했다”며 “올여름부터 가까운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신 시장은 “저소득층에 한정됐던 치매 감별검사 본인부담금 지원사업의 경우 보건복지부 사회보장협의를 거쳐 나이와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한다”며 “시민의 건강한 노후를 위해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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