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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어우러진 택견… 세계에 알리고파”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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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12 20:41:40 수정 : 2025-03-12 20: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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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빈 충주시립택견단 단원

李, 中1때 입문… 현재 택견 5동
2015년 입단 이후 대중화 힘써
2024년 김구 주제 택견 창작극 선봬
4월 비보잉팀과 무대 등 계획도

“택견에서 무릎을 굼실거리듯 굽혔다 폈다 이동하는 동작인 ‘품밟기’를 연속으로 하다 보면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흥이 느껴지고 공격이나 방어할 때 낮고 느리게 굼실거릴 때는 우리 민족의 한이 느껴집니다.”

지난달 25일 충북 충주시 호암동에 있는 택견원에서 만난 이주빈(32) 충주시립택견단 단원은 “택견은 우리 민족의 전통 무예로 한국인의 정신을 그대로 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주빈씨는 택견과 연극이 어우러진 창작극을 선보이는 등 택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통무예 택견과 비보잉 등 현대 예술을 접목한 창작극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충북 충주시립택견단의 이주빈씨가 충주시 택견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택견은 고조선 때부터 시작돼 고구려에 이르러 오늘날과 비슷한 무예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택견은 위계 표시로 다른 무술에서 사용되는 ‘급’이나 ‘단’ 대신 ‘째’나 ‘동’을 사용한다. ‘동’은 택견 전 수련 과정을 한번 거치면 주어지는 것으로 최소한 1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수련 과정은 품밟기와 활갯짓, 발질의 모양새로 구성되고 혼자서 익히기(기본연습)와 마주메기기(상대연습), 견주기 3단계가 있다.

이씨가 택견을 접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다. 이씨 부모가 “가족이 다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당시 다니던 검도 도장이 문을 닫으며 집 인근에 있던 택견 전수관에서 본격적으로 택견을 배우기 시작했다. 택견 3동까지 취득한 뒤 2013년 지도자 연수를 마쳤다. 이씨는 지금 5동이다.

경북 포항시 태생인 이씨는 2015년 충주시립택견단에 입단하면서 충북과 인연을 맺었다. 이씨가 시립택견단원이 된 이유는 충주가 택견의 본향으로 꼽히기 때문이었다. 한국택견협회와 택견보존회가 충주에 있다. 또 고 신한승 선생이 전국의 택견 명인을 찾아 택견을 섭렵하고 자료 발굴과 원형 정리 등 체계화를 이룬 곳이 충주다.

그는 “택견 대중화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며 “대학 때 뮤지컬학과를 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택견에 창작극을 더한 안무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호암예술관에서 선보인 백범 김구 선생을 주제로 한 창작극 ‘소원을 향한 걸음 걸음 걸음’을 연출했다. 김구 선생 역할도 맡았다. 창작극은 김구 선생이 어릴 적 택견을 수련하는 과정과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미사변)에 대한 복수를 거쳐 독립운동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당시 독립운동가들은 일제 군인 등과 싸우기 위해 택견으로 심신을 수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택견과 김구 선생의 연결점은 ‘백범일지’에서 착안했다. 백범일지에는 “왜놈이 새벽 달빛에 검광을 번쩍이며 달려든다. 얼굴 위로 내려오는 검을 피하며 발길로 왜놈의 옆구리를 차 거꾸러뜨리고 칼 잡은 손목을 힘껏 밟으니 칼이 저절로 땅에 떨어진다”는 표현이 나온다.

창작극은 ‘새야 새야’ 등 한민족이 일제강점기 즐겨 불렀던 노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과 ‘넌버벌 퍼포먼스’(대사를 사용하지 않고 신체 자체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예술 행위)로 호평을 받았다.

이씨는 4월 택견 비보잉팀 ‘트레블러크루’와 새 공연 ‘택볼루션(Taekvoulution)’을 선보일 예정이다. 택견(Taekkyeon)과 진화(evolution)의 합성어인 택볼루션은 비보잉 특유의 역동성을 무술과 결합한 현대적인 작품이다. 하늘을 나는 ‘비천(飛天)’, 무술이 나타내는 ‘무영(武影)’을 소주제로 시립택견단과의 협업으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씨는 2016년 트레블러크루가 결성됐을 때 택견을 전수한 인연으로 해마다 함께 전국 공연을 하고 있다. 이씨는 “7월에는 ‘혹부리 영감’을 주제로 한 공연을 기획 중”이라고 귀띔했다. 전래동화 혹부리영감을 각색한 이 작품은 도깨비와 결투를 벌이는 택견 영감이 등장한다.

이씨는 택견의 매력에 대해 “택견은 상대의 중심을 흩트려 놓아 공격의 기세를 둔화시키고 굼실대는 기본 동작으로 충격을 완화해 몸을 보호하는 무술로 한민족의 정서를 그대로 몸으로 표현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택견과 공연이 한데 어우러지게 연출하는 감독으로 성장하고 싶다”며 “세계인이 함께하는 택견의 대중화·글로벌화에 일조하는 게 개인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충주=글 ·사진 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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