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무대 ‘광인전략’도 파열음
유럽·中 경제·외교 재무장 촉진
혼돈의 국제정세 韓도 못 비켜가
트럼프식 미국 주도를 상징하는 2기 트럼피즘(Trumpism)이 출범 2개월 만에 다양한 형태의 파열음을 노출하고 있다. 이미 예상을 했다고는 하지만 예측 불허의 트럼프식 거래주의가 세계 경제는 물론 안보 체제까지도 혼란에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CNN의 표현대로 세계가 미국이라는 ‘혼돈의 정부(Government by chaos)’와 맞닥뜨린 불안정성의 극대화 시대다.
우선 동맹도 예외가 없는 ‘관세 제일주의’는 불확실성의 극치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는 돌연 한 달 유예했지만, 멕시코와 달리 반발하는 캐나다에는 갑자기 목재와 낙농제품에 250% 상호관세 부과로 공격에 나섰다. 중국에는 10% 관세에 이어 다시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8일부터 미국산 일부 농산물에 대한 맞대응 관세를 부과했다. 또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좌충우돌이다. 협상 전략으로 보기에는 즉흥성이 강해 과연 내부의 합의된 조치인지도 불분명하다.

국제정치적으로도 캐나다의 미국 51번째 주 편입 언급이나 파나마운하 반환 요구, 그린란드 매입은 물론 가자지구에 대한 장악(take over) 선언 등 지나치게 직설적이다. 러·우 전쟁 중재 과정에서는 러시아 입장을 두둔하기도 하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렬 후 우크라이나와 30일 휴전안을 체결하고 푸틴에게 동의를 강요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에는 미국이 투입한 전비의 상쇄 방법으로 광물협정 체결을 종용한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 언급에는 상대국의 감정을 헤아리지 않는 미국의 독단주의적 성향이 배어 있다.
이는 결국 트럼프식 미국 주도와 벼랑 끝 관세 전술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 경제정책과 관련해 미국 일부에서는 관세 부과나 감세, 이민 제한,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목적 달성에 대한 회의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들도 단기적 무역수지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면 미국이 요새화(要塞化)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워렌 버핏도 관세가 결국 미국 소비자의 부담이 될 것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급기야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심리지수가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이자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 정부의 정책과 전술은 국제적 파장을 불가피하게 한다. 게다가 ‘광인전략(Madman Strategy)’으로 지칭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국제적 관행이나 상식을 무시한다. 그러나 출범 초기 관세 부과와 러·우 전쟁 종식에 집중해 강력한 중국 견제 조치는 아직 밋밋하다. 또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소통 재개로 유럽을 자극해 자칫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Make Europe Great Again·MEGA)’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견제보다 러·우 전쟁, 이민·마약에 집중하는 사이에 시간을 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본격적 공세에는 전전긍긍하지만 11일 끝난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맞대응을 불사하고, 과학기술 자립을 통해 미국의 견제를 돌파하겠다는 기존 정책을 재확인했다. 특히 딥시크(DeepSeek)에 열광하면서 알리바바·BYD·샤오미·텐센트 등 ‘테리픽 10(Terrific Ten)’, 즉, 10대 민영기술기업에 대한 족쇄도 일부 풀었다. 동시에 러·우 전쟁은 쌍방이 동의하는 합리적 안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전반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아직 모색단계이며, 무엇보다 내부 인식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강공책은 미국의 압박에 부담을 느끼는 국가들의 ‘합창’을 추동할 소지가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힘을 약화시켜 트럼프의 기대와 달리 미국의 비전과 다른 방식으로 세계 재편이 전개되는 동기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주도 정책에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으며, 그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철저하게 국익 우선주의에 기반한 원칙과 전략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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