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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고강도 ‘미래의 콘크리트’… 목조 건축물이 뜬다 [지방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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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17 06:00:00 수정 : 2025-03-18 0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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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 앞다퉈 건립

산림 훼손 없이 탄소 흡수 ‘저장고’ 역할
목재 겹겹이 쌓아 압축한 구조용 집성판
콘크리트보다 가볍고 지진·화재에 강해

신축 건물에 4년간 최대 65억 국비 지원
정부, 공공부문 중심 목조건축 적극 장려
해외도 인기… 스웨덴선 ‘나무도시’ 건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목조 건축물 건립에 나서고 있다. 콘크리트보다 더 단단한 목조 자재가 상용화한 데다 경제성, 친환경 측면에서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세계에서도 2010년 이후 목조건축 붐이 일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목조건물로만 이뤄진 도시건설도 추진 중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감이 공간에 대한 고민으로, 건축과 도시의 변화 요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전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 산림청 제공

◆도서관서 호텔까지… 거센 목조건축 붐

 

16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전 서구 관저동에 들어선 산림복지진흥원 산하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는 높이 27.6m(지상 7층) 규모의 국내 최고층 목조건축물이다. 센터는 골조를 목재로 한 목조 건축으로 지상 목구조(78%)와 지하 철근콘크리트 구조(22%)로 돼있다. 국산 목재로 낙엽송이 쓰였다. 기존엔 2018년 지어진 경북 영주 한그린목조관(19.1m·지상 5층)이 국내 목조건축 최고 높이였다. 산림복지진흥원은 “목조의 특수성과 고유성만 강조하기보다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선택해 목조건축의 보편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충북 증평목조호텔 조감도. 충북도 제공

유현준 건축가가 설계를 맡아 화제가 된 목조도서관인 전북 고창황윤석도서관도 올 상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충북 증평군 율리휴양촌엔 목조 호텔이 들어선다. 증평군은 연면적 3951㎡ 터에 있던 낡은 생활관을 철거한 후 4층짜리 자연친화적 목조호텔을 2028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평군은 산림청 주관 국산목재 목조건축 실연사업의 수행기관으로 선정되면서 확보한 국비 65억원 등 130억원을 이 사업에 투입한다. 목조 시설을 짓는 지자체는 많지만, 호텔을 건립하는 건 증평군이 전국 최초다.

 

미국 밀워키 어센트타워. 산림청 제공

전 세계 곳곳에서는 목조건물이 속속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물은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있는 지상 25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어센트(Asent)이다. 지상 높이로 86.6m에 이른다. 이전에 가장 높았던 목조건물은 노르웨이 오슬로의 지상 18층 미에스트로네(높이 85.4m)였다. 스위스에서는 높이 100m가 넘는 목조건축물이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취리히에 지어질 주상복합건물로 2026년에 완공되면 100m 시대를 여는 최초의 목조건물이 된다. 프랑스는 파리 에펠탑 인근에 나무로 만든 레슬링경기장을 지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는 목조건물들로 이뤄진 ‘나무도시’가 건설될 전망이다. 현지 도시개발업체는 스톡홀름 남쪽 시클라지역 25만㎡ 부지에 30동의 목조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00가구의 집과 7000개의 사무실 공간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공사를 시작해 10년간 1조8000억원을 들인다. 첫 건물은 2027년 완공이 목표다.

 

경북 영주 한그린목조관. 산림청 제공

◆‘제2의 삼림’ 목조건축… 탄소 저장 4배

 

목조건축은 산림자원을 훼손하지 않고 탄소를 흡수하는 ‘저장고’다. 63㎡(19평) 규모의 목조건축 1동이 빨아들이는 이산화탄소 양은 34.6t에 달한다. 자동차 18대가 1년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에 버금간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건물 부문 온실가스 직접배출량은 2018년 기준 5210만t이다. 한국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7.2%를 차지한다. 전력 사용량 등을 고려한 간접배출량까지 확대하면 건물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7920만t으로, 총배출량의 24.6%를 차지하고 있다. 건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목조건축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일반적으로 초고층 목조건물을 지을 때 목재는 통으로 쓰는 게 아닌, 가로세로로 엇갈리게 겹겹이 쌓아 압축한다. 이를 구조용 집성판(CLT) 제조 기술이라 하는데, ‘미래의 콘크리트’로 불린다. 이 목재는 콘크리트보다 무게가 가벼우면서 강도는 세고 화재에도 강하다. 목재는 같은 부피로 생산할 때 소요되는 에너지가 알루미늄 대비 791분의 1, 철강 대비 191분의 1 수준으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강도 역시 콘크리트에 비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목재는 재료의 밀도 대비 강도, 즉 ‘비강도’가 높아 같은 무게 시 철근과 콘크리트 등 다른 소재 대비 강도가 400배까지 높아 지진 등에도 강하다. 단열성능은 콘크리트의 7배, 철의 176배에 달한다. 또한 목조건축의 강점은 경제성이다. 일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 콘크리트가 굳을 때까지 기다리는 반면 목조는 규격에 맞게 가공한 뒤 곧바로 조립할 수 있어 건축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나무라는 재료가 가진 친환경성과 정서적 친밀감도 이점 중 하나다.

 

◆정부, 지자체 목조물 건립에 적극 지원

 

이러한 이유에서 정부도 목조건축물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자체가 높이 18m 또는 연면적 3000㎡ 이상 목조건축물을 신축할 경우 4년간 국비 50%(최대 65억원)를 지원한다. 나무 재료를 50% 이상 사용하는 등 주요 구조부를 목재로 조성하거나 국산목재를 목재 사용량의 50% 이상 사용할 경우에도 지원한다. 지자체가 사업 추진 계획을 정부에 제출하면 정부가 사업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으로, 지자체는 사업별 관련 기준만 충족하면 국비를 받을 수 있다. 현재 공모사업 방식에서 지원 폭이 넓어지게 됐다.

산림청은 2022년부터 추진한 공공 주도의 목조건축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목조건축 실연사업’ 및 ‘친환경 목조전망대 조성사업’은 올해 신규 12개소를 추가 조성한다. 앞으로 4년간 모두 1560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한다. 정부는 제도적 지원 근거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공공건축물 조성에서 목조건축을 우선 적용하는 내용의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목조건축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정부는 지자체뿐 아니라 학교 등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목조건축 발주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역에서 발주되는 건축공사에 지역에서 생산된 목재를 활용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 주요 구조부를 목재로 조성하는 비율이 50%를 넘도록 장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목조물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흰개미로 인한 피해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2019년 국가 지정 목조건축문화재 피해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90%가 흰개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관계자는 “목조건축의 흰개미 피해상황 현장조사, 모니터링과 더불어 발견 시 즉각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흰개미 탐지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해 목조건축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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