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 연습이 20일 끝났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군 수뇌부 상당수가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군 당국은 자유의 방패 연습 개시를 전후로 연합훈련과 자체 훈련을 강화, 군 내 기강을 다잡고 국토방위에 전념하는 군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하지만 공군 KF-16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와 무인기·헬기 충돌 사고, 러시아 군용기의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진입까지 이어지면서 연합훈련의 성과가 다소 가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영역 훈련에 중점 둔 FS 연습
합동참모본부와 주한미군사령부,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시작된 연습에서 합참과 한미연합군사령부는 한미 공동 통제단을 운영했다. 다수의 유엔군사령부 회원국 장병도 참여한 가운데 연합 야외기동훈련이 51건 시행됐다.
지난해 10월 창설된 전략사령부, 올해 2월 창설된 기동함대사령부가 처음으로 연습에 참가했다.
군과 민·관·경·소방이 참여하는 통합방위훈련은 238건 시행됐다. 북한의 도발 양상을 고려해 미상 드론에 의한 원전·항만 등 국가 중요시설 테러, 다중이용시설 폭발·화재 등을 가정한 훈련을 실시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이번 연습은 최근 분쟁 교훈, 실전적 전투 시나리오, 적의 전술 등을 반영하여 한미 양국군이 완벽한 준비태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주한미군·한미연합사령부의 지상구성군을 담당하는 미 제8군은 한국 전역의 사격장과 작전센터에서 폭넓은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야외기동훈련에는 도시지역 전투, 야전병원 운용, 대량사상자 처치 및 후송, 포병사격, 공중강습, 하천도하, 방공포 운용 및 검증, 미 해병대와의 합동 돌격훈련등이 실시됐다. 한국 육군과의 지휘통제훈련을 통해 연합작전에서의 긴밀한 협조 태세를 재확인했다.
주한 미 제7공군과 한국 공군은 모든 수준에서 더욱 실전적인 공중전훈련을 강화하기 위해 공중 전력을 통합했다. 미 공군, 한국 공군, 미 해군 F-35 전투기가 함께 훈련을 실시했으며, 4개 전투비행대대가 전진 배치되어 여러 지역에서 공중작전을 수행했다.
이들은 연합 전투기 전력의 약 35%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로 5일간 약 1000회의 전투 훈련 출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여기엔 항공차단, 근접항공지원, 표적 타격, 공중전투초계 훈련 등을 포함했다.
주한 미 우주군은 한국 공군 우주작전단 등과 협력해 한국 전역에서 우주전 역량을 지원하는 능력을 검증했다.
해당 부대는 한반도 내 병력 규모를 2배 이상 확충하였고, 증원 전력을 수용하고 통합하는 능력을 시험하였으며, 최초로 연합·합동우주작전센터를 구축하여 연합부대 지휘관의 우주영역 인식을 크게 향상시켰다.
미 제7함대, 주한 미 해군, 한국 해군의 현역 및 예비역 장병들은 실기동, 가상, 야외훈련을 병행했다. 핵항모 칼빈슨함이 포함된 미 해군 제1항모타격단이 참여, F-35C 전투기가 한국 공군 F-35A 2대 및 미 공군F-35A 2대와 함께 공중 통합 훈련을 실시했다. 17∼20일엔 한·미·일 연합 해상훈련이 실시됐다.

미 제3해병원정기동군은 한국 해병대와 함께 연합 해병대 구성군을 편성, 지휘통제 및 공중강습, 상륙작전준비태세, 합동 임무 수행 능력을 높이기 위한 고강도 훈련을 실시했다. 3∼17일 한국 해병대는 경북 포항과 경기 포천 및 파주 일대에서 미 해병대의 한국 내 훈련 프로그램(KMEP) 일환으로 연합보병·제병협동훈련을 실시했다.
미군 특수작전사령부 요원들은 한국 특수전사령부와 함께 고공 및 저공 강하, 특수정찰, 대량살상무기 대응 훈련, 참모계획, 직접 타격 임무 등을 수행했다.
한미 연합특수작전구성사령부의 종합훈련은 수일간 이어지는 복합적 시나리오로 구성됐다.
특수작전팀은 동서울에 위치한 훈련장에서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목표물을 확보한 뒤, 백령도 인근의 가상 긴급표적에 대한 임무를 부여 받고 신속히 이를 계획·수행했다.

◆오폭·충돌에 러시아 군용기까지
이번 연습은 초반부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지난 6일 한·미 연합 화력 훈련에 참가하고자 출동했던 공군 KF-16 전투기 2대가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 폭탄 8발을 잘못 투하해 민간인과 군인 52명이 다치고 212건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좌표 입력 오류와 표적 확인 미비 등으로 발생한 오폭 사고로 국방부는 실사격 훈련을 일시 중단했다.
이후 전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격장 안전성 평가를 지난 14일부로 마치고 18일부터 대비 태세 유지를 위해 최전방 소초(GP), 일반전초(GOP), 초동 조치 부대 등 현행 작전 부대와 신병 양성 교육부대의 5.56㎜ 이하 소화기 사격을 재개했다.
공군은 지난 6일 오폭 사고 직후 일부 필수 전력을 제외한 전 기종 비행을 중단하고 조종사 대상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자유의 방패 연습이 시작된 지난 10일부터 오폭 사고를 일으킨 38전대를 제외하고 비행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19일엔 38전대도 비행을 재개했다.
전투기 오폭 사고 여파가 남아있던 17일에는 경기 양주시 광적면 소재 육군 부대 항공대대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헤론 무인정찰기가 지상에 있던 수리온에 충돌했다. 활주로로 착륙하던 무인기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측면에 계류 중이던 헬기로 돌진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무인기와 헬기가 전소했다.
군이 2016년 3대를 도입했는데 1대는 지난해 11월 북한 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 교란으로 추락했고, 다른 1대는 부품 정비 문제로 운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나머지 1대마저 이번 사고로 소실되면서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의 직접 정찰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미 연합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은 별다른 도발 행위를 하지 않았다.
대신 러시아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자유의 방패 연습 등 한반도에서 미군의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20일 오전 러시아 군용기 여러 대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사전 통보 없이 수차례 진입, 우리 군의 통신에 대응하지 않은 채 울릉도 북쪽 방면 영공 외곽 20㎞까지 근접 비행했다. 이날 오전 9시32분쯤 자유의 방패 연습이 끝났는데, 러시아 군용기는 이보다 앞선 시점에서 카디즈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주한 러시아 국방무관 니콜라이 마르첸코 공군 대령을 초치해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러시아 군용기는 앞서 15일 러시아 투폴레프(TU) 계열 폭격기와 수호이(SU) 계열 전투기 여러 대가 동해 카디즈에 진입했다가 이탈했다.
국방부는 “러시아 군용기가 11일부터 오늘(20일)까지 8회에 걸쳐 카디즈에 무단 진입했고, 군은 국제법을 준수하며 영공 수호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 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용기가 카디즈에 진입한 11∼20일은 FS 연습 기간과 겹친다.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동해에 군용기를 잇따라 투입, 한반도 일대 미군의 움직임을 견제하며 카디즈를 무력화해 러시아 군용기의 활동영역을 확장하려는 의도를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