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친서 통해 ‘밀월 재확인’ 관측
金도 “우크라전은 애국주의” 지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측근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21일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북한을 당일치기로 방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과정에서 북·러 관계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러 관계 전문가들은 14∼17일 방북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 귀국 직후 쇼이구 서기가 평양으로 날아간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23일 지적했다. 미·러의 ‘부분 휴전’ 합의를 앞두고 있던 15일 루덴코 차관과 김정규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회담에서 이견이 노출됐고, 푸틴 대통령이 서둘러 봉합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쿠르스크 탈환 과정에서 북한군 희생과 추가 파병에도 군사기술협력 등 러시아의 반대급부 제공이 지연되고, 미·러 관계 개선 및 종전 상황과 관련한 소통이 부재한 점, 북한 포로 신병 인도에 대한 러측의 소극적 태도 등에 불만을 표출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미·러 협상 중 철군 필요성 등 북한군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루덴코 차관이 이를 이야기해 북한이 불쾌감을 표명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쇼이구 서기가 친서를 들고 와 북·러 협력이 일체의 착오 없이 진행된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입장에선 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고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군 파병, 재래식 무기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를 지렛대 삼아 푸틴 대통령과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쇼이구 서기를 만나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은 불굴의 힘과 애국주의, 정의의 위업에 대한 시위”라며 러시아에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친서를 통해 북한에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의 대가를 약속하고, 전승절(5월9일) 계기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답방을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북한이 대외 전략을 러시아에 ‘올인’한 상황에서, 미·러가 가까워질수록 입지에 불안감을 느끼는 딜레마에 계속해서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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