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산불 안동으로 확산
의성, 축구장 1만여개 규모 잿더미
산불 진화율 60%… 산청·하동 85%
주민들 “기우제라도 지내야할 판”
의성·하동·울주 특별재난지 선포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영남권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당국은 주불을 잡기 위해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고 있지만 초속 15m에 달하는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 탓에 불길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동시다발 산불이 사나흘째 계속되자 정부는 22일 산청에 이어 24일 경남 하동군, 의성군, 울주군 3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산불 피해가 큰 의성군과 울주군, 하동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피해자 지원을 비롯한 범부처 차원의 조치가 이뤄진다. 앞서 이날 오후 의성군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를 방문한 한 권한대행은 “강풍과 연기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화마와 사투를 벌여온 산불 특수진화대, 소방관, 지자체 공무원 군·경, 자원봉사자 등 모든 분께 감사 드린다”고 노고를 치하했다. 한 권한대행은 “산불 진화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화재 진화 인력들의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것인 만큼 이들의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산불 피해 면적은 의성군의 경우 축구장(7140㎡) 1만1890개 규모의 8490㏊가 잿더미로 변했다. 산청·하동군은 1553㏊, 울주군은 405㏊ 등이다. 하지만 수일째 계속된 강풍과 건조한 날씨, 자욱한 연기 등으로 헬기를 통한 산불 진압은커녕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의성군 산불 진화율은 60%에 불과하고, 산청·하동은 85%, 울주는 95% 수준이다. 의성군 점곡면 한 주민은 “바람에 불씨가 산에서 산으로 점프하듯이 날아다닌다”며 “우리집까지 옮겨붙을까봐 무서웠다”고 말했다.

특히 의성 산불 불똥은 도로를 경계로 두고 마주한 경북 안동시 길안면 야산으로까지 번졌다. 두 시·군 사이에 있는 간이휴게소인 점곡휴게소(영덕 방면) 건물에 불이 붙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휴게소에 불이 옮겨붙은 직후 북의성나들목에서 영덕요금소까지 양방향 통행을 차단했다.
안동시는 산불 확산에 따라 길안면 주민에게 즉시 길안초등학교와 길안중학교로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안동시 길안면과 접한 청송군도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경계를 넘어올까 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의성 산불 진화 현장에서 만난 경북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김모(30대)씨는 “전날 밤에 소집돼 여기로 넘어와 밤새 한숨 못 자고 불을 껐다”면서 “바람이 세게 불어 산 정상에 올라가면 몸이 휘청거려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라고 아찔했던 상황을 전했다. 의성체육관에서 만난 70대 이모씨는 “비가 내려 산불이 꺼질 수 있도록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나흘째 주불이 잡히지 않고 있는 산청·하동 산불도 강한 바람 탓에 기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산청·하동 산불의 진화율은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85% 수준에 불과하다. 산청 산불은 불길이 잡히는 듯했으나 오후부터 강풍이 분 탓에 불길이 번져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국은 야간 지상진화 대책을 세워 산불이 마을로 확산되지 않도록 공중·특수·전문예방진화대원 1500여명을 투입한 상황이다.

울주군 상황도 급박하다. 울주군 산불 진화율은 오후 6시 기준 83%로 전체 화선(16.1㎞)의 13.4㎞가 진화된 상태다. 울주 산불은 한때 울산과 맞닿은 경남 양산 방면으로 확산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오후 5시쯤 화선이 양산시 경계선과 700m 떨어진 지점까지 진행했다. 도시 경계를 넘지 않도록 헬기로 집중 진화했고, 양산시도 만약을 대비해 방화선을 구축해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고 전했다. 산림당국은 해가 진 뒤에는 1000명가량을 현장에 투입해 불길이 민가가 있는 마을로 번지지 않도록 방화선을 구축한 상태다.

문화유산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21일부터 이날까지 확인된 국가유산 피해 사례는 5건이다. 천연기념물 ‘울주 목도 상록수림’은 전체 면적(1만5000여㎡) 중 1000㎡ 면적이 불에 탔다. 문화유산자료인 울산 ‘운화리성지’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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