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동 사고현장엔 추모 꽃다발
복구 앞뒀지만 주민·상인 ‘불안’
“주유소 무너질까 기름 싹 비워
1월부터 바닥 갈라져 민원 제기”
서울시, 국토부와 조사위 구성
경실련 “도시 지하 개발 중단해야”
“주유소가 무너지는 꿈을 꿔요.”
26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차도. 24일 저녁 이곳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땅 꺼짐)은 여전히 움푹 팬 채 현장 관계자들이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고, 포클레인 두 대는 복구작업에 사용할 흙더미를 분주하게 옮기고 있었다. 오토바이 운전자 1명 사망, 카니발 차량 운전자 1명 부상 등 2명의 사상자를 낳은 사고 현장 인근엔 흰색 꽃다발이 놓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쪽지도 있었다.

사고 현장은 이제 복구작업을 기다리고 있지만, 주변 상인들의 일상은 멈춰 섰다. 영업 차질에 대한 불안감과 별개로 싱크홀 사고는 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인근에서 주유소를 운영 중인 이충희(65)씨는 사고 후 이틀간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어제도 주유소를 지키느라 밤을 새웠다. 혹시나 모를 사고를 위해 기름도 다 비워냈다”며 “주유소가 무너지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마음이 불안하고, 입이 바짝 탄다. 잠이라도 잘 수 있게 오후에 병원에 가 약을 받을 예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씨는 주유소에서 바닥 갈라짐 등 전조현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1월 말부터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며 “2월 중순부터는 더 넓어졌는데, 그때부터 시와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함께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도 “동생이 당시 현장 주변에 있었는데, 트라우마 때문에 발을 디디면 ‘땅이 물렁물렁하게 느껴진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씨의 조카 김영수(30)씨는 “사고가 난 이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운전하다 보면 갑자기 호흡곤란을 느끼기도 한다”며 “주변 지하철 공사가 시작된 뒤 낮에 자고 있으면 집이 흔들렸다”고 했다. 다만 서울시는 관련 민원에 대해 “주유소 바닥 균열 민원 접수 후 주기적 검측을 시행한 결과 이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인근 상점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시민들이 불안감 속에 싱크홀 주변 일대에 발길을 끊으면서 식당·꽃집·카센터 등을 찾는 손님이 확 줄어서다. 점심시간 한 냉면집에도 서울시와 현장 공사 관계자들만 자리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27일부턴 사고 지점을 제외한 도로 통행을 재개한다.
싱크홀 발생에 인근의 서울 지하철 9호선 등이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도시 지하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추진되는 철도 지하화 사업도 도시 안전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정부와 서울시는 기후위기 대비한 중장기적 도시 지하 안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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