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하늘의 지휘소’라 불리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처음 공개했다. 러시아제 수송기에 레이더 안테나의 방수·방진용 덮개인 레이돔을 올린 형상인데 내부장치와 부품들은 러시아와 연관성이 있다는 게 우리 군의 평가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기경보기 내부에서 간부들에게 지시하는 장면도 담겼다. 또 현대 공중전의 핵심인 자폭 무인기들과 무인정찰기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무력현대화건설에서 무인장비와 인공지능(AI)기술 분야가 최우선으로 중시해야 할 부문”이라고 했다. 북한이 파병을 대가로 지원받은 러시아 기술로 확보한 현대전 능력을 과시한 것인데 우리가 우위를 점하던 공중전 전력의 격차가 확 줄어든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북·러 군사협력은 갈수록 태산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1만1000여명 중 약 4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올 1∼2월 3000명 이상이 추가 파병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군 파병과 사상자가 늘어날수록 북한은 그만큼 더 고도화된 기술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러시아의 핵·미사일, 잠수함 등 첨단무기 기술까지 이전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지형은 격랑에 휩싸일 것이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깊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지난해 연례위협 평가보고서에서 김정은이 러시아와 강화된 국방관계를 이용해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목표 달성을 희망한다고 했는데 올해 보고서에서 이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고 했다. DNI는 북한이 언제든 추가 핵실험을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비행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도 올해 외교청서 원안에서 북·러의 군사협력 진전을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일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북·러 간 불법 군사협력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비상한 경계심이 필요한 때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이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 러시아와 가까워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직거래 협상에 나설 수 있다. 이 협상에서 한국이 배제된 채 북핵 동결과 대북 제재를 맞바꾸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우리로서는 안보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외교·안보 역량을 총동원해 ‘코리아 패싱’을 막아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다지고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공조와 연대도 강화해야 한다. 군도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철저한 대응역량을 갖추는 데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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