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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안 먹고 말랐는데 왜”…침묵의 경고 ‘지방간’, 그냥 넘기면 큰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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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30 15:41:44 수정 : 2025-03-30 15: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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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알코올성 지방간 증가 추세
지방간 방치시 간암·간경변行
꾸준한 관리, 체중감량 필수
하루 커피 2~3잔 간암 발생↓

평생 마른 체형을 유지해 온 A(31)씨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이른바 ‘알쓰(알코올 쓰레기·알코올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이지만, 라면이나 과자, 케이크 같은 고당도 인스턴트 식품과 야식을 즐겨왔다. A씨는 “지방간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걸리는 병인 줄 알았는데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술을 거의 마시지 않거나 마른 체형군에서도 지방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B(44)씨는 최근 복부 CT 검사에서 날벼락을 맞았다. 간에서 6cm 크기의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20대 때 지방간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이번 검사 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현대인이면 누구나 지방간이 쉽게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후회된다”고 털어놨다.

 

우리 몸의 거대한 화학 공장이자 해독 작용을 담당하는 장기인 간. 지방간은 간세포 내 지방이 5% 이상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상태를 말한다.

 

그간 지방간은 술을 자주 마시는 ‘주당’들의 질병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이른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 질환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환자는 지난 2013년 20만3958명에서 2023년 26만8596명으로 10년 새 32% 증가했다. 반면 같은 시기 과도한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수는 43% 감소했다.

 

최근 20년 사이 당뇨와 고도비만이 늘면서 지방간으로 인한 간암 발생률이 약 20% 높아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박중원 명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간암센터장)는 “간암은 국내에서 발생 건수가 서서히 줄고 있는 대표적 암이지만, 최근 20년 사이 당뇨와 고도비만이 늘면서 대사성 질환에 의한 지방간염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 영향으로 지방간으로 인한 간암 발생률은 15~20% 정도 뛰었다”고 설명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 조사 결과, 국내 20세 이상 성인 10명 중 4명은 지방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이상 지방간 유병률은 표준 체중에서 10~24%이지만, 비만에서는 58~74%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뚱뚱하지 않더라도 내장 지방이 있으면 지방간이 생길 수 있다. 비만으로 분류되지 않은 대사이상 지방간 유병률은 약 19%에 이른다.

 

지방간 자체는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아 조기 진단이 어렵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간에 지방 침착이 계속돼 지방증, 지방간염, 섬유화를 거쳐 간경변증이나 간세포 암종으로 진행될 수 있다. 섬유화가 일어난 지방간염 환자를 8년간 추적했더니 26%에서 간경변증이 발생했고, 이들 중 10%에서 간암이 발병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적출된 지방간(왼쪽)과 지방간염의 현미경 소견. 명지병원 제공

 

특히,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이 지속되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57%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사망률이 2배 높고, 간 질환이나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물론 다른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지방간이 있다면 주기적인 검진을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대사성 질환 연관 간암은 사전에 감시 검사가 소홀해 B형·C형 간염이나 간경변증 환자들보다 조기에 발견되는 비율이 낮다”며 “혈액검사나 간 섬유화 스캔검사로 섬유화가 동반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사이상 지방간 치료의 핵심은 체중 감량이다. 과체중이나 비만군에서는 체중을 5% 이상 줄여야 간에 축적된 지방이 감소한다.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등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하루에 활동대사량보다 적게 섭취하거나 1일 500칼로리(Kcal)를 소모하는 것이 권장된다. 경우에 따라 위고비 등 약물치료가 병행된다.

 

대사이상 지방간 예방을 위해서는 술을 자제하고 당분이 높은 음식을 삼가는 게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술은 간 건강과 상극인 만큼, 반드시 절제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술자리에 참석할 경우 3잔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술을 잘 못 마신다고 콜라나 사이다에 술을 섞어 마시는 것도 금물이다. 소주에 맥주를 섞은 ‘소맥’도 탄산가스로 인해 알코올 흡수가 빨라져 오히려 간에 독이 된다.

 

음식을 섭취할 때 곰팡이 발생 여부도 주의해야 한다. 견과류나 곡류 등에서 발생하기 쉬운 아플라톡신이라는 곰팡이 독소는 매우 강력한 간암 유발 물질이다. 식사 후 과일을 먹는 것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과일 속 당분은 혈당을 높여 지방간 형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간암 예방 효과가 입증된 유일한 음식은 커피다. 박 교수는 “2022년 대한간암학회와 국립암센터가 공동 발간한 ‘간세포암종가이드라인’을 통해 적당한 커피는 간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표한 적 있다. 믿을 만한 대규모 코호트 스터디가 충분히 나온 음식은 커피뿐”이라며 “하루 원두커피 3잔은 간 질환과 간암 발생을 분명하게 낮춘다”고 말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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