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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 주민·노숙인에겐 ‘씻을 권리’도 없나요?… 쪽방 70% 샤워시설도 없어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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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28 23:28:10 수정 : 2025-03-28 23: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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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도구와 생필품 제공하는 ‘이동목욕차’
따뜻한 물 안 나오고 샤워장 없는 쪽방촌에 절실
주차공간과 물·전기 공급 협조 문제로 서비스 확대는 어려워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는 아침부터 트럭 한 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이동목욕차’다. 1인당 30분씩 트럭 안에 마련된 목욕 시설을 혼자서 이용할 수 있는데, 말 그대로 ‘샤워차’가 아닌 ‘목욕차’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인근에서 운영 중인 찾아가는 이동목욕차 내부 모습이다. 넓은 목욕 공간을 1명당 30분씩 이용할 수 있다.

이달 26일 ‘찾아가는 이동목욕 서비스’ 현장을 찾아가 운영을 맡고 있는 영등포보현종합지원센터와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용자들은 씻고 싶어도 씻을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입 모아 말했다. 센터 측은 영등포 쪽방촌 인근뿐만 아니라 거리 노숙인 밀집지역 등 이동목욕차가 필요한 곳에도 나가고 싶지만 장소 협조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찾아가는 이동목욕 서비스는 쪽방촌 일대에 샤워기 등 시설이 설치된 특수차량이 방문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거리 노숙인과 주거취약계층의 위생 상태를 개선하고, 목욕하러 온 이들을 상담해 서회복지서비스를 연계한다는 목적이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하루 평균 이용객은 10명가량이다.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철엔 이용객이 늘어난다. 동파 우려로 12월과 1월을 제외하고 상시 운영된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인근에서 운영 중인 이동목욕차 내부 모습이다. 칫솔과 치약, 면도기 등 세면용품뿐만 아니라, 양말과 같은 속옷도 제공된다.

목욕에 필요한 샴푸와 샤워 타월, 면도기와 속옷 등 세면도구와 생필품도 무료로 제공된다. 몸만 오면 되는 것이다.

 

구로구 쪽방촌에 사는 김준기(72)씨는 일부러 전철을 타고 온다고 했다. 김씨는 “세면도구와 속옷을 주는 등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며 “살고 있는 집에도 화장실이 있지만 50∼60년 된 집이라 물이 잘 빠지지 않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영등포 쪽방촌에 사는 이광휴(85)씨는 “일주일에 두어번 이용하는데 30분 정도 넓은 공간에서 편하게 씻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낡고 협소한 쪽방의 경우 여러 세대가 화장실을 공용으로 사용하거나 따뜻한 물이 잘 나오지 않아 이동목욕차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2022년 서울시 쪽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쪽방 건물 중 27.6%만이 샤워시설을 보유하고 있었다. 10곳 중 7곳가량에 샤워시설이 없는 것이다. 또 보일러를 미가동하는 곳이 약 45%로 추정됐는데, 샤워장 문제는 주민들이 꼽은 주거 중 가장 불편한 점 2위였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인근에 찾아가는 이동목욕차가 운영 중인 모습이다.

쪽방촌 주민과 거리 노숙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주차공간이나 물과 전기 이용 협조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 서비스 확대에는 어려움이 있다. 박강수 보현종합지원센터 팀장은 “거리 노숙인이 많은 장소 한두군데 더 나가고 싶지만 노숙인을 꺼리는 인식 탓에 시민 민원이 제기될 수도 있어 협조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거리 노숙인도 이러한 서비스만 있다면 잘 이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숙인은 잘 씻지 않고 불결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들도 서비스 정보를 알고 편의성만 있으면 잘 이용한다”며 “목욕차 이용자 약 10% 정도가 쉼터와 같은 시설이나 병원으로 연결되는 만큼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글·사진=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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