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을 휩쓴 산불의 영향으로 경북 의성, 안동, 청송 등에서 국가유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28일 오전 11시 기준 이번 산불 사태로 총 27건의 국가유산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안동 길안면의 조선 후기 정자인 약계정이 이번 산불로 전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1985년 경북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된 약계정은 앞면 3칸, 옆면 2칸 규모 건물로, 자연 그대로의 돌을 이용해 기초를 다지고 기둥을 올린 형태다.
청송에서는 경북 민속문화유산인 기곡재사, 문화유산자료인 병보재사가 불에 탔다. 재사는 조상의 묘소를 수호하고 시제를 지내기 위해 지은 집을 뜻한다. 두 건물은 조선 후기 재사 기능과 특징을 잘 간직한 유산으로 평가받았다.
통일신라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의성군 만장사 석조여래좌상은 불상 일부가 불에 그을린 것으로 확인됐다.
의성군의 고운사는 전체 건물 30동 중 9동을 제외한 나머지가 전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고운사에는 2020년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이 있다. 2020년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은 조선시대 영조와 고종이 기로소(70세가 넘는 정이품 이상의 문관들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에 들어간 것을 기념해 지은 건물이다. 단청과 벽화 수준이 뛰어난 데다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도상이 남아 있어 역사·문화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된다.
국가유산청과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유산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5일 전국의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국가유산청과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등의 관계자는 안동 봉정사 등 화재 지역 부근에 있는 유물을 이동 조치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국가유산 주변 수목을 모두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사는 산불 진행 상황이 급박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보고한 뒤 국가유산청, 산림청장과 업무협의를 통해 긴급으로 수목 제거에 들어갔다. 국가유산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은 문화유산법에 따라 허가까지 통상 15일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이 불가능한 국가유산의 경우에는 방염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경북도는 안동의 봉정사, 청송 대전사 등 경북의 주요사찰의 건축물과 석탑 등에 방염포 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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