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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의 들꽃’ 홍준표의 정치 인생은 어떤 ‘피날레’를 맞을까 [2025 별의순간, 잠룡 SWOT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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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30 11:00:00 수정 : 2025-03-30 13: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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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정치 경험과 풍부한 행정 경험
계파 없는 ‘독고다이’로 당내 세력 부족
청년층 보수화와 강성 보수 결집은 기회요인
명태균 의혹과 과격 발언은 리스크로 작용
“나는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닌 산야의 들꽃처럼 살았습니다.”

 

2020년 4월.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공천 배제에 반발,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드러낸 소회였다. ‘홍준표’의 정치인생을 정확히 표현하는 문장이다. 그는 정말 ‘산야의 들꽃’처럼, 보수 주류 정치인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그가 정치적 시련을 수없이 겪고도 끝내 재기했던 밑바탕에는 이 ‘야생성’(野生性)이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

2011년 뚜렷한 계파지원 없이 한나라당 대표가 되는 기염을 토했지만, 그해 10월 ‘무상급식 논란’으로 사퇴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임을 뽑는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그 책임으로 5개월 만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다음해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도 낙선했다.

 

중앙정치에서 하방(下放)해 경상남도지사를 지내던 그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연루됐지만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2017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 속 무너진 보수정당의 간판으로 대선에 도전했다. 한 자릿수대 지지율에서 출발해 개인기만으로 ‘실버 크로스’를 달성,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2위까지 솟아오르며 당의 명맥을 유지했다.

 

공을 인정받아 자유한국당 초대 당 대표가 됐지만 1년 뒤 보수정당 최악의 시련 중 하나인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절치부심한 홍준표는 2022년 대권에 도전했다. ‘무야홍(무조건 야권후보는 홍준표)’의 돌풍 속, 2030 청년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선 경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당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밀리면서 패배했다.

 

지난 2021년 10월 20일 대구 M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대구·경북 합동토론회에 홍준표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홍준표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두 힘을 합쳐 정권교체에 나서주길 바랍니다”는 말과 함께 무대 뒤로 퇴장했다. 이때 그의 나이 68세. 많은 이들이 이번에야말로 ‘홍준표’의 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대구로 하방한 그에게 재기의 기회가 찾아왔다. 12·3 비상계엄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후 홍준표는 여권 유력 잠룡으로 재부상했다. 

 

만 나이 일흔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청년층에서 여전히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20대도 ‘빵빵’ 터트리는 유머 감각으로 젊은층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탁월한 정치적 감각과 사안에 대한 통찰력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그의 정치인생을 관통하는 ‘독고다이(떠돌이)’ 기질은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는다. 

 

‘산야의 들꽃’을 언급한 5년 전 SNS에서 그는 “더 이상 쓰러지는 일 없이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것을 오늘 부모님 산소에서 다짐합니다. 이제 다시는 쓰러지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지금 그는 어쩌면 있을지 모르는 마지막 ‘피날레’를 준비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에는 반대하지만,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해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대구시장직을 내려놓고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마지막 도전에서 진정한 ‘피날레’를 만들 수 있을까. 세계일보는 30일 S.W.O.T 분석 기법으로 홍 시장의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을 분석했다.

 

◆STRENGTH(강점): 오랜 정치 경험과 풍부한 행정 경험

 

홍 시장의 최대 강점은 대권 주자 중 가장 풍부한 정치·행정 경험이다. 정치 커리어로는 여야 잠룡 모두를 압도한다. 국회의원 5선, 여당(한나라당) 원내대표, 한나라당과 자유한국당에서 대표 2번, 경상남도지사 재선, 19대 대선후보, 대구광역시장까지. 대선, 총선, 지선에 이르는 모든 선거를 치러보았다. 5선 국회의원과 3번의 광역자치단체장(경남지사·대구시장) 승리 경험을 갖고 있다. 대선과 총선, 지선을 모두 치른 잠룡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그 둘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19대)에서의 완주 경험은 유용한 정치적 자산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홍 시장은 대선후보로 나섰다. 그는 기어코 24%의 득표율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1.41%)를 제치는 ‘실버 크로스’를 만들며 2위로 선거를 마쳤다. 대선에 낙선한 후보는 추후 당 대표를 맡지 못하는 것이 불문율이지만 그는 직후 자유한국당 당 대표를 지냈다. ‘홍준표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선방한 것’이라는 게 당내 시각이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에 치르는 데다 바른정당과의 분열로 당시 자유한국당은 당 차원 대선 준비가 미흡했다. 이때를 기억하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2017년 대선은 아무도 홍준표를 도와주지 않았다. 혼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헌정사상 최초 민선 복수 광역자치단체장’ 타이틀에 걸맞은 행정능력도 호평받는다. 홍 시장을 보좌했던 한 당직자는 “홍 시장은 사실 정치인보다도 행정가로서의 능력이 더 뛰어난 인물”이라고 평했다. 정책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할 뿐 아니라, 신속한 의사결정과 추진력으로 이를 현실화하는 역량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재정 건전화 정책은 홍 시장 특기다. 경상남도지사 시절에는 행정·재정개혁만으로 도 채무 1조3488억원을 청산해 전국 최초 ‘빚 없는 광역자치단체’를 탄생시켰다. 지난 17일 대구시장 취임 1000일을 앞두고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는 “(대구시장) 3년간 지방채 발행 없이 예산 편성하고 채무 2400억원을 변제했다”고 소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홍 시장의 ‘스트롱맨’ 기질도 그의 강점 중 하나로 치부된다. 거칠기 짝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맞설 배짱을 갖춘 여권 인사는 그뿐이라는 것이다. 

 

지난 2022년 6월 1일 국민의힘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자신의 대구 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WEAKNESS(약점): 계파없는 ‘독고다이’로 당내 세력 부족

 

21대 총선 당시 1년3개월의 탈당 기간을 제외하면 홍 시장은 1996년 신한국당 입당을 시작으로 30년 가까이 되는 정치인생 내내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에 이르는 적통 보수 정당에 몸을 담았다. 또한 원내대표와 당대표, 대선 후보까지 지냈다.

 

화려한 정치 커리어지만 당내에 이른바 친홍(친홍준표) 계파로 분류할 수 있는 의원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홍 시장과 친분을 유지하는 의원들이야 적지 않지만 정치적 미래를 같이하려는 현역 의원들은 찾기 힘들다. 

 

홍 시장이 ‘독고다이’ 정치를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2017년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선출 때도 홍 시장은 “여야 정당 사상 처음으로 계파 없이 ‘독고다이’로 대통령 후보가 된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곁을 잘 내주지 않는 성격, 서슴지 않는 ‘내부 총질’, 소신을 쉽사리 굽히지 않는 태도 등은 당내 세력화를 번번이 가로막았다. 20대 대선 국민의힘 경선 당시 홍준표 캠프에 합류했던 한 외부 인사는 “참모들이 아무리 여러 번 조언해도,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수용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홍 시장을 설명했다. 

 

이때 캠프 내에서 공식 직함을 가진 현역 의원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조경태 의원과 비서실장인 하영제 의원 둘뿐이었다. 주호영·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등 굵직한 중진 의원들이 포진했던 윤석열 캠프와는 규모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였다. 결국 홍 시장은 국민 여론조사에서 48.21%로 윤 대통령(37.94%)보다 11%포인트 앞섰지만 당원 투표에서는 34.80%로 윤 대통령(57.77%)에게 밀리면서 전체 승부에서 패했다.

 

최근 홍 시장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이달 초 한 유튜브 방송에서 “만약 이번에 대선이 생기게 되면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독고다이 정치는 안 하기로 하고, 국회의원들하고 당협위원장들하고 같이 어울려서 대한민국을 운영하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국민의힘 의원들과 식사 자리도 활발하게 가지며 당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대구·경북(TK) 지역의 한 국민의힘 의원도 “예전에는 행사장에서 마주쳐도 별로 교류가 없었는데, 요새는 만나면 덕담이나 칭찬도 해주시더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

◆OPPORTUNITY(기회): 청년층 보수화와 강성 보수결집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조기 대선으로 치러진 19대 대선 때와 달리 현직 대통령 파면 위기에도 집권여당 국민의힘 지지율은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과 접전 양상이다. 올해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2017년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의미다.

 

20대 대선 이후에도 청년층 지지를 받는 홍 시장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전개다. 양당간 진영 지지율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스윙 보트’라 부를 수 있는 청년층, 그중 2030 남성층의 지지가 홍 시장으로 향하고 있어서다. 최근 2030 남성층의 보수정당 지지가 커지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가 홍 시장에 대한 높은 호감도를 보인다. 대선 경선과 본선과정에서 홍 시장의 확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의 배경이다. 

 

홍 시장도 청년층을 확고한 지지 기반으로 다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청년층을 겨냥한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을 개설, 청문홍답(청년이 묻고 홍준표가 답한다) 게시판에서 끊임없이 2030 세대와 소통한다. ‘내 말이 맞다’는 직선적 태도는 여전하지만 청년층 지적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는 22일 페이스북에 보험료율은 13%, 소득대체율도 43%로 인상하는 연금 모수개혁안을 지지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연금개혁안에 대한 청년들의 여론이 악화하자 하루 만에 글을 삭제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결집한 강성 지지층도 기회다. 보수진영 내 탄핵 반대 입장이 많은 상황에서 ‘반탄(탄핵 반대)’ 입장을 유지해온 홍 시장이 2021년 경선 때와는 달리 당심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홍 시장도 조기대선 논의를 금기시하며 로우키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

◆THREAT(위협): 명태균 리스크, 과격 발언

 

홍 시장 역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마찬가지로 ‘명태균 리스크’를 안고 있다. 홍 시장은 2021년 국민의힘 복당 때와 2022년 대구시장 선거 당시 측근을 통해 명태균 측에 10여 차례 이상의 불법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조사비용을 자신의 아들 친구 최모씨와 그 후배에게 대납하게 했으며, 이후 그 대가로 최씨와 그 후배를 대구시에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홍 시장은 “나는 명태균 여론조작의 피해자”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털끝만큼도 관련 없으니 무제한으로 수사든 조사든 마음대로 해보세요”라고 말한다. 측근의 여론조사 의뢰와 아들 친구 등의 비용 대납 과정을 전혀 몰랐다는 게 홍 시장 측 주장이다. 

 

‘막말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과격한 화법에 반감을 갖는 이들도 많다. 홍 시장의 오래된 단점 중 하나다.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홍 시장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집 앞에는 주차할 데도 없다, 노 전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지어서 사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가 진보진영으로부터 큰 비판을 받아야 했다. 2018년에는 경남 창원에 들렀다가 자신을 비판하는 시위대와 마주치자 “창원에는 빨갱이들이 많다”고 말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그는 논란이 불거지자 “경상도에서는 ‘반대만 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라고 부른다”라고 말해 더 큰 비판을 초래했다. 그의 직설 화법은 타협과 통합을 우선시해야 할 지도자의 덕목에 걸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한 광범위한 ‘저격’을 펼치며 악연을 양산하고 있다. 최근 홍 시장의 주요 타깃은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다. 이 대표를 향해 “부패한 양아치”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고, 한 전 대표에게는 “(정계에) 들어오면 나한테 죽는다”는 서늘한 경고도 날렸다. 

 

과격 발언에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으나 홍 시장은 “양아치를 상대할 때는 위선 떨 필요 없다”며 “앞으로 더 원색적인 말들이 오갈 텐데 그때마다 품격이나 따지면서 정권을 내줄 거냐”고 말하고 있다. 

 

“정치판에서 야합이나 하고 남 뒤꽁무니에 욕질이나 칼질이나 하고 그렇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돈키호테’가 낫습니다.”

 

2010년 6월.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던 홍 시장은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지며 자신을 ‘돈키호테’에 비유하는 당내 목소리에 이렇게 쏘아붙였다. 그는 “홍준표는 통제되지 않는다. 컨트롤이 안 된다 그거겠죠? 나는 통제된다는 말을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합니다”고 못 박았다.

 

홍 시장의 이후 정치인생도 그 말 그대로였다. 통제받길 거부했고, 세몰이나 야합 대신 ‘소신’을 추구했다. 그의 정치인생이 황혼기에 접어드는 지금, 그는 이제 다시 ‘그만의 길’을 걸으려 한다. “나는 유목민(nomad) 이상도 이하도 아닌 대한민국 방랑자,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평생을 떠돌며 산 유목민인 것 같다.” (홍준표 페이스북, 2025.03.05)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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