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행위”
우리 아이를 때렸냐며 다른 아동을 다그치면 ‘아동학대’일까.
9세 딸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11세 아동을 찾아가 “내 딸을 때렸느냐”며 추궁한 학부모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학부모에게 아동학대 혐의가 있다고 본 검찰은 항소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학교 정문 앞에서 B(11)군을 그의 어머니 C씨가 보는 앞에서 “너 내 딸 때렸어, 안 때렸어? 맞은 사람만 있고, 때린 사람은 없냐”며 큰소리로 약 10분간 다그쳤다. 이 상황은 B군의 친구들도 지켜봤다.
아동보호법상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검찰은 B군이 A씨로부터 정신적인 학대를 받았다 판단했다.
안성열 법무법인 새별 대표변호사는 “아동과 관련한 여러 범죄사건 수사에서 피해 아동의 진술이 우선으로 고려된다”며 “실제로 학부모가 자기 아이를 때린 아이를 불러 소리를 지르는 경우 아동학대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 일로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게 됐고,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박 부장판사는 A씨의 아동학대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가 B군을 다그친 발언은 학폭 피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학부모 입장에서 질문한 것이고, 이는 사회적으로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행위라고 봤다.
박 부장판사는 당시 상황이 찍힌 영상에서 A씨가 대부분 C씨와 대화하고, B군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장면은 극히 일부분이라고 판단했다. A씨가 손동작 등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 있지만, 방향을 가리키거나 행위를 재연하는 모습으로 보여 B군을 향한 공격적인 행동으로 단정 짓긴 어렵다고 봤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모든 사람이 쳐다볼 정도로 아들이 울었다”고 했다. 그러나 영상에서 C씨가 B군을 달래주는 모습이 없고, C씨가 수차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며 인사 후 자리를 뜨는 모습 역시 A씨의 행위를 아동학대로 인정할 수 없는 근거라고 판단했다. 또 아동을 울린 행위가 곧바로 정서적 학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검찰은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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