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회동 제안엔 “격 안맞아”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요구와 국무위원 ‘줄탄핵’ 엄포에 대해 침묵을 이어갔다. 정부는 민생·경제, 산불 대응 등 시급한 현안에 집중하며 정쟁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30일 통화에서 마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한 권한대행은 야당의 주장에 대해 아무 말씀이 없다”며 “총리실도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이 침묵하는 것은 지난해 12월26일 밝힌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은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불가피하게 이런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는 관례”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 내부에서는 대형 산불 진화와 피해 복구, 미국의 관세전쟁 등 현안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정부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쟁에 대응할 겨를이 없다는 분위기다. 정부 한 관계자는 “야당이 설마하니 행정부를 마비시키기야 하겠느냐”며 “내부적으로 줄탄핵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경제·민생이 어려운 때에 산불 대응에 집중하고있는 상황”이라며 “한 권한대행이 복귀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3개월 공백을 채우기 위해 밀린 업무만 하기도 벅차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총리실은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한 권한대행에게 회동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의 당대표도 아닌 원내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단독 회동을 제안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국가 행사 의전서열 등을 보면 야당 당대표는 8위 부총리급, 야당 원내대표는 17위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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