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전원일치 선고 전망 많았지만
변론 종결 한 달 넘도록 결론 못 내
이념 성향따라 의견 갈렸을 가능성
문형배·이미선 임기만료 땐 더 복잡
헌재 “대부분 가십이고 이야깃거리”
일각, 속도전 벌이다 논란 자초 평가
尹 직접신문 저지 등 절차 문제 지적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평의가 한 달을 넘기면서 심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 의견이 ‘5대(인용) 3(기각 또는 각하)’으로 갈리면서 헌재가 선고를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설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폭넓게 확산하고 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18일마저 넘기면 헌재가 6인 체제로 운영돼 선고를 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관들은 주말에도 자택 등에서 기록을 검토하고, 월요일인 31일에도 오전부터 평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4월2일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는 만큼 선고기일 통지는 더 늦어질 수 있다. 특히 4월1일은 2월25일 11차 기일로 변론이 종결된 지 5주째 되는 날이다.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평결이 한 달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못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당초 노무현·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탄핵심판 전례를 따라 변론 종결 후 2주차 금요일인 3월7일 혹은 늦어도 14일에는 선고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윤 대통령 사건 이후에 접수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 관련 권한쟁의 심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심판 등을 먼저 선고하는 등 윤 대통령 사건 결정은 계속해서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접수 초기 ‘8(인용)대 0(기각 또는 각하)’ 설이 다수였지만 헌재 결정이 늦춰지면서 재판관들 의견이 5대 3으로 나뉘었다는 추정 내지 분석이 윤 대통령 지지층과 여당을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탄핵 인용 결정을 위해서는 재판관 6명 동의가 필요한데 보수·중도 성향의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 3명이 반대하고 있어 진보 성향인 문 권한대행이 평의 종결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재판관들은 앞서 24일 한 권한대행 탄핵심판에서도 이같이 5대 3 구도로 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계선 재판관은 파면 인용 의견을 냈고,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도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데 대해선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결정을, 김복형 재판관은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도 ‘즉시 임명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위헌·위법이 아니라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는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진보 성향의 마 후보자가 임명됐을 경우 5대 3 기각 결정이 6대 3 인용 결정으로 뒤집힐 수도 있다는 얘기가 돼 야권을 중심으로 정당성 시비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권한대행 스스로 마 후보자를 임명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데다 헌재가 한 권한대행에 마 후보자 임명을 강제할 방법도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만약 헌재가 문 권한대행과 이 재판관 임기 만료일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재판관 임명을 미루며 여야 합의를 주문하는 한편, 임명권은 대통령에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대통령 몫인 두 재판관의 후임을 한 권한대행이 임명할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헌재가 다시 6인 체제로 돌아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결정이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헌재는 탄핵소추안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를 해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 데드라인은 6월11일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늦춰지면서 제기된 여러 추정과 분석에 대해 헌재는 “대부분 가십이고 이야깃거리”라며 “평의는 계속 열리고 있고 내일(31일)도 오전부터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헌재가 속도전을 우선하다 여러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도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재가 단심제인 탄핵심판임에도 불구하고 ‘초시계’로 변론 시간을 재거나 윤 대통령의 직접 신문을 막은 것을 두고 절차적 완결성을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피의자신문조서를 탄핵심판 증거로 채택하는 과정에서도 절차 문제가 제기됐다. 현행 형사소송법대로 피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려면 피고인 동의를 거치거나 해당 피의자의 증인신문을 해야 했다는 취지다. 재판을 무리하게 진행하다 절차적 문제가 제기되자 재판관들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들의 이견 등 풍문에 “평의 내용은 비공개 원칙”이라고 선을 그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