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연속 밤낮없이 출동한 소방관
“우리 동네라는 생각으로 불길 잡아”
마을순찰대, 3만4000여명 대피 도와
이재민 위해 곳곳에서 온정의 손길
지자체들도 구호기금 전달 잇따라
소방관에 무료 식사 식당 등도 눈길
최악은 넘겨… 잔불 진화에 총력전
“손이 부르틀 것 같았지만 꾹 참고 버텼습니다.”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 닷새 연속 투입된 소방관 박모(30대)씨는 30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대형 산불 온도는 최대 1000~1500도에 달한다”면서 “우리 동네라는 생각으로 불길을 잡았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박씨를 비롯한 소방대원들은 무거운 호스를 등에 업고 산을 여러 차례 오르락내리락했다. 이들은 불에 그슬리고 강풍에 손바닥이 터졌지만 끝까지 호스를 놓지 않았다고 했다.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경북 산불 현장의 최전선에서 밤낮없이 불길과 싸운 영웅들이 있다. 산불진화대와 소방관, 경찰, 공무원, 군인,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구미시 옥성면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이승민(47)씨는 농약살포기로 물을 뿌려 민가 피해를 줄이는 데 힘을 보탰다. 화마가 기승을 부린 지난 26일 의성군 안사면으로 향한 이씨는 최대 4000ℓ의 액체를 담을 수 있는 데다 100m 거리까지 분사할 수 있는 농약살포기에 물을 가득 채워 민가와 창고를 뿌려댔다. 그는 “잔불이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언제든 현장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을 구한 영웅도 있다. 안동 산불 현장에서 대피하던 부자가 전복된 트럭에 갇힌 이웃 주민을 구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마을순찰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통장으로 구성된 마을순찰대는 집마다 돌며 고령의 주민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이번 산불로 7개 시·군의 마을순찰대가 3만4816명을 대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최악의 상황은 넘겼지만 ‘잔불과의 전쟁’은 당분간 이어진다. 산림 당국은 30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잔불 정리를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잔불 정리에 동원된 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은 주말까지 반납하고 있다. 공무원 김모(30대)씨는 “의성 산불이 발생한 후 단 하루만 제외하고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면서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불이 피어날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민의 상처를 보듬기 위한 온정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고향을 떠난 출향민부터 일반 시민까지 피해 현장에 너나 할 것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도에 따르면 이날까지 의성을 포함한 안동·영양·청송·영덕에 힘을 보탠 자원봉사자는 9일째 모두 6118명이다. 전국의 기업, 시민단체 등은 자발적으로 생필품과 먹거리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개인의 제안으로 옷가지와 생필품 등을 모아 피해 지역에 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착한 가게도 빼놓을 수 없다. 청송의 식당은 ‘소방관분들은 당분간 식사 무료 제공’이란 안내문을 붙였다. 안동의 식당은 산불 진화 소방관에게 국수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영덕의 카페는 진화대원에게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기도 했다.
전국 지자체도 산불 피해자를 돕고자 팔을 걷었다. 경기도는 재해구호기금 35억원을 전달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경북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 산불 피해를 본 경남, 울산 등에 재해구호기금 5000만∼1억원을 각각 전달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