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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속 전복된 트럭… 부자의 로프가 한 생명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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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30 18:17:47 수정 : 2025-03-30 18: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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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문자 68건 쏟아지던 날, 한 생명을 살린 40분의 사투
산불 대피 중에 전복된 트럭 구조. 연합뉴스

 

전국에 재난 문자 68건이 쏟아질 만큼 긴박했던 경북 안동 산불 현장에서 모두가 대피하던 그때, 한 부자(父子)는 구조를 선택했다. 뒤집힌 트럭에 갇힌 이웃 주민을 맨몸으로 구해낸 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뒤늦게 알려졌다.

 

안동경찰서 등에 따르면 김지영(48) 씨는 지난 25일 오후 6시쯤 경북 안동시 풍천면 광덕리의 본가로 향하던 중, 논두렁 아래로 추락해 전복된 1톤 트럭을 발견했다. 차량은 깊이 2m가량 되는 논두렁 안에 처박혀 있었고, 차체는 심하게 찌그러진 상태였다.

 

당시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안동 방향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었고, 하루 동안 시 전역에 발송된 재난 문자는 총 68건. ‘긴급 대피’ 문구가 반복되는 문자에 김씨는 불안한 마음으로 본가에 계신 부모님의 안부를 확인하고 대피를 도우려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현장에 다가간 김씨는 전복된 트럭 안에 운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급히 119에 신고했다. 하지만 산불로 소방과 경찰 인력이 분산된 상황이라 구조대가 언제 도착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반응이 없었는데, 갑자기 손가락이 움찔했어요. 구조대가 오기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을 것 같았죠.”

 

김씨는 즉시 아버지 김처수(80)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피 준비로 분주하던 와중에도 아버지는 망설임 없이 장비를 챙겨 현장으로 달려왔다.

 

두 사람은 근처 이웃 1명의 도움을 받아, 전복된 트럭과 트랙터를 로프로 연결하고 차량을 들어 올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트럭이 찢어지거나 더 크게 충격을 입지 않도록 천천히, 신중하게 수차례에 걸쳐 당겼다. 약 40분 만에 트럭이 반쯤 세워졌고, 찌그러진 차체 틈으로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김처수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오른쪽 다리는 거의 축 늘어졌더라구요. 뼈가 다 부러진 것 같았어요”라고 말했다.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트럭 문을 부수는 작업을 도와 70대 A씨를 구조하고, 뒤이어 도착한 구조대에 인계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풍천면 주민으로, 산불 대피 중 급히 트럭을 몰다 논두렁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불 대피 중에 전복된 트럭 구조. 연합뉴스

 

풍천파출소 관계자는 “당시 산불 확산세가 굉장히 빨라 인근 초등학교로 주민을 급히 대피시키던 중이었다”며 “다행히 제때 구조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구조를 마친 김지영 씨는 “정신없이 뛰어든 상황이었지만, 일단 사람부터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이튿날 A씨의 아들이 제 연락처를 수소문해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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