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상륙작전을 해내는 ‘고아더’ 감독의 마음으로...”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1차전이 열린 3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사전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려던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준비했는데 못 한 말이 있는데...”라면서 뜸을 들인 뒤 “인천상륙작전를 해낸 맥아더처럼, 한 번 해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과거 ‘삼성화재 왕조’의 일원으로서 무수하게 챔프전을 많이 치러본 고희진 감독이지만, 사령탑으로서는 챔프전이 처음이다. 삼성화재 감독으로서는 최하위와 6위에 그치며 봄 배구 구경도 못해봤고, 정관장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2년차였던 지난 시즌에 정관장의 7년 만의 봄배구를 이끌었고, 올 시즌 드디어 챔프전 무대를 밟게 됐다. 정관장도 2011~2012시즌 챔프전 우승 이후 무려 13시즌 만의 챔프전 진출이다. 고 감독은 “감회가 남다르다. 감독하고 나서 첫 챔프전이다. 감회가 새롭고 좋은 경기를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29일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 후 주어진 시간은 단 이틀. 고 감독의 정신은 오로지 흥국생명을 이기기 위한 전술에 집중했다. 나온 결론은 흥국생명의 팁 공격 방어다. 고 감독은 “흥국생명의 김연경이나 투트쿠, 김수지 등 팁 공격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김연경은 팁을 폼 반대로 놓을 수 있는 경지에 있는 선수라 다 막아낼 수는 없겠지만, 확실히 시즌 때보다는 많이 막아내겠다. 그게 내가 가져온 전술이다. 아본단자 감독에게 전해달라”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등 부상을 당한 리베로 노란은 이날도 경기에 뛰지 못한다. 플레이오프 2차전을 무릎 부상으로 빠졌다가 3차전에 복귀한 세터 염혜선은 이날 정상적으로 출전한다. 고 감독은 “리베로는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깜짝 리베로 변신을 한 박혜민과 제2 리베로를 맡아 뛰어온 최효서가 번갈아 뛰는 ‘더블 리베로’ 체제를 가동하겠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멘탈이 많이 흔들렸던 최효서가 이제는 자신감도 회복 많이 됐고, 본인도 뛰어보겠다고 하더라. 두 선수를 믿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라운드 현대건설전에서도 박혜민을 리베로로 쓴 적 있다. 혜민이는 평소에도 ‘리시브 문제 생기면 리베로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많이 말한 적 있다. 그럴 때마다 혜민이는 ‘감독님 뭐든 좋아요. 경기에 들어갈 수 있다면’이라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오늘도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박혜민이 리베로로 빠지면서 부키리치의 후위 세 자리를 소화해주는 백업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 구멍이 난 상황이다. 고 감독은 “그 부분도 준비하긴 했는데, 지금 부키리치가 리시브 라인에 서는 선수 중에 리시브를 제일 잘 한다. 게다가 파이프를 준비해줘야 해서 후위 세 자리도 빼지 않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선두 등극도 노려볼 수 있었던 지난 4,5라운드 흥국생명과의 연전에서 정관장은 아닐리스 피치(뉴질랜드)의 외발 이동공격에 탈탈 털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고 감독은 “그 부분 역시 준비했다.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를 준비할 때 초점은 모마의 높은 타점이었다면, 흥국생명은 타점은 낮지만, 빠르다. 빨리 선수들이 전환을 해야하는데, 시리즈는 길다고 보고 있다. 오늘 경기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막아내겠다”라고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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