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인용 땐 ‘60일 이내 대선’
경선 룰 논의 등 ‘대선 모드’ 전환
尹, 기각 땐 2년여 잔여 임기 채워
공석상태인 내각 후임 인선 착수
최후진술 언급 개헌 논의 가능성
‘헌재의 시계’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헌법재판소가 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4일로 지정하면서다. 행정부 제1인자이자 국가수반인 현직 대통령 거취가 결정된다. 민주당에 이어 국민의힘까지 이른 선고를 촉구한 것이 헌재의 선고일 지정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초여름 대선’이 예상된다. 반면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 또는 각하하면 윤 대통령은 2027년 5월까지 잔여임기를 채우게 된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임기단축과 개헌안 논의를 언급했기 때문에 윤 대통령 복귀 시 ‘임기단축·개헌’은 정치권 주요 의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헌재가 4일로 선고를 예고한 것을 놓고 여야 정치권이 선고를 압박하면서 역설적으로 헌재가 부담을 던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빠른 선고’를 촉구한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국민의힘도 최근 ‘빠른 선고’를 주장하고 나섰다.
헌법은 헌재가 재판관 6인 이상 인용 의견으로 윤 대통령을 파면할 경우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가 인용을 결정한다면, 6월3일까지는 후임 대통령이 선출돼야 한다. 법률상 대통령선거일은 ‘수요일’이어야 하지만, 궐위에 의한 선거인 경우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선거일을 지정할 수 있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제19대 대선 때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는 ‘60일’을 꽉 채운 5월9일(화요일)을 선거일로 지정했다.
19대 대선 전례를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헌재가 탄핵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가 ‘화요일’인 6월3일을 차기 대선 선거일로 공고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전투표는 5월29일부터 30일까지이며 후보자 등록일은 5월10일부터 11일까지다.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정치권은 급속도로 ‘대선 모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에는 탄핵 기각·각하 여도 그해 12월 대선이 예정되어 있었다. 경선 룰이나 대선 공약 등을 사전 준비할 수 있었다. 지금은 사실상 논의가 수면 밑으로 잠재돼 있다. 조기 대선 시작 시 정당별 경선 룰 논의 등 정비작업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 내지 각하할 경우,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해 2027년 5월까지 2년2개월여의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우선 공석인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 인선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최상목 경제부총리 등 현 내각 구성원 거취도 관심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권한대행을 지낸 고건 총리는 노 대통령 복귀 후 자진해서 사퇴했다.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면 임기 후반부를 개헌과 정치개혁에 쏟겠다며 ‘임기 단축’도 시사한 바 있다. 윤 대통령 복귀 시 관련 논의가 분출될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2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대통령직 시작부터 임기 중반 이후 개헌과 선거제 등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며 “잔여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여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윤 대통령은 “개헌과 정치개혁 과정에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도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심화된 국론분열로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더라도 후폭풍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탄핵인용 시엔 일부 보수진영 내에서, 기각·각하 시엔 진보진영 일각 내에서의 반발이 격심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표면적으론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결과가 나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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