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땅꺼짐도 인재 가능성 커
"약한 지반 잡아주는 보강작업 미흡"

<글 싣는 순서>
-“욕망의 종착지 강남땅, 싱크홀 지뢰밭”...서울서 10년간 234건 땅꺼짐 [싱크홀①]
-“그때 이후 발밑이 두렵다”…공사장 인근 지날 때마다 조마조마 [싱크홀②]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땅꺼짐) 사고 10건 중 4건은 상·하수관 노후화 문제가 아닌 ‘부실공사’로 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싱크홀이 발생할 때마다 상·하수관 노후화 문제를 부각해왔지만, 지하공사만 제대로 관리했어도 일부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세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실에 요청해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입수한 ‘연도별 싱크홀 발생 현황’을 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총 867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발생 원인을 보면 상하수관 손상과 기타매설물 손상이 497건(57%), 굴착공사 부실과 다짐(되메우기) 불량, 상하수관 공사 부실, 기타매설공사 부실, 기타 등이 278건(43%)을 차지했다. 10건 중 4건 이상은 자연적인 노후화가 아닌 부실공사 등으로 인한 인재(人災)였던 셈이다.
특히 상하수관 손상이 작은 싱크홀을 발생시키는 반면, 부실공사로 인한 싱크홀은 규모가 큰 게 특징이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상하수관 노후화로 인한 누수는 싱크홀 깊이가 깊어야 1~2m 정도에 불과하다”며 “깊이가 깊은 대형 싱크홀의 경우 다른 지하공사 등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2014년 석촌지하차도 인근에서 발생한 가로 1m, 세로 1.5m, 깊이 3m가량의 싱크홀의 경우, 지하철 9호선 터널 굴착 공사의 부실 공사·품질관리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여기에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땅꺼짐)도 인근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터널 조사 전문가 하홍순 전 국민권익위원회 감사담당관은 “이번 명일동 싱크홀 사진을 보면 약한 지반을 단단하게 잡아주고 물을 차단하는 ‘그라우팅’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함께 터널 건설의 갈비뼈 역할을 하는 강지보 불량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싱크홀이 곳곳에서 발생하며 관련 인명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싱크홀로 인한 사망자는 2명, 부상자 48명, 80여대의 차량이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강동구 명일동 사건까지 합치면 사망자 1명과 부상자 1명이 추가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싱크홀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지반탐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단 지적도 있다. 지반탐사는 GPR(지표투과레이더) 장비로 지하의 구조와 상태를 영상화하는 것인데, 이번 강동구 싱크홀처럼 깊이가 20m에 달하는 대형 싱크홀은 찾아낼 수 없어서다.
탐사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탐사팀이 별도로 구성된 서울과 부산을 제외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국토안전관리원에 지반탐사를 매년 2회씩 요청한다. 지자체는 지난해 싱크홀 위험지 총 627곳을 점검해달라고 요청했고, 올해에만 3월까지 1236곳을 의뢰한 상태다. 그러나 본지 취재결과, 점검 인력은 단 12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은 “최근 5년간 발생한 싱크홀 사고 중 40% 이상이 부실공사로 인한 인재라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지반탐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안전진단이 이뤄질 수 없다. 지반탐사 인력 확충과 안전진단 강화를 통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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