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는 실체적·절차적 위반”
비상계엄 122일만… 조기대선 6월3일 유력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대통령 파면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며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밝혔다. 문 권한대행이 주문을 낭독한 시간은 오전 11시22분이다. 이 시점부터 윤 대통령의 신분은 ‘전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12·3 비상계엄이 이뤄진 지 122일, 국회가 지난해 12월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111일 만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이자 쟁점이었던 12·3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실체적·절차적으로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야당의 전횡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 호소용 계엄이라고 하지만 이는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다”라며 “또한 피청구인은 계엄 선포에 그치지 않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했으므로 피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나머지 쟁점인 △국회에 군경 투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계엄 포고령 1호의 위헌·위법성 △정치인과 전직 대법원장 및 대법관 등에 대한 체포 목적의 위치 추적 지시에 대해서도 헌재는 모두 위헌·위법한 행위였다고 봤다.
헌재는 이런 위헌·위법 행위가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지’와 관련해선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봐야 한다”며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측은 변론 과정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 행위이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각하를 주장했으나, 헌재는 “헌법 질서를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심판의 취지를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론기일에 대부분 헌재에 직접 출석했던 윤 대통령은 이날 헌재에 나오지 않고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선고를 지켜봤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윤갑근 변호사는 선고가 끝난 뒤 “(탄핵심판) 진행 과정 자체가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불공정하게 진행됐는데 결과까지도 전혀 법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 이뤄졌다”며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국회 대리인단의 이광범 변호사는 “갈등이 극에 달하고 민생은 신음하고 있다”며 “모두 뜻을 모아 치유와 전진의 역사에 동참해야 한다. 그 시작은 승복”이라고 역설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안타깝지만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하게 수용한다”면서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위대한 국민이 대한민국을 되찾아줬다”고 반겼다.

헌법에 따라 이날부터 60일째가 되는 6월3일까지는 후임 대통령이 선출돼야 한다. 전례에 비춰 보면 대선일은 6월3일 화요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사전투표는 5월29일부터 30일까지이며, 후보자 등록일은 5월10일부터 11일까지다.
향후 두 달간은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정을 이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대국민 담화문에서 “헌정사상 두 번째로 현직 국가원수의 탄핵이라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 것을 무겁게 생각한다”며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태세를 유지하고 당면한 현안 대처에 일체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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