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성 단어 반복적 사용 주목
일부 학살·참수 등 범죄밀접 글
‘법원 난입’ 모의 정황 포착도

음모론을 경계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이를 통해 야기되는 폭력성을 꼽을 수 있다. 부정선거에 관한 음모론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발단으로 작용했고,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서울서부지법 난동사태로 이어졌다. 세계일보가 음모론 확산의 중추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음모론 주장에는 ‘테러’나 ‘사형’, ‘공격’, ‘암살’처럼 폭력적 어휘가 뒤따랐다.
특히 디시인사이드(디시)의 ‘미국정치 갤러리’, ‘부정선거 갤러리’, ‘국민저항권 갤러리’ 세 게시판에 비상계엄 이후 지난달까지 올라온 게시물 3977건과 댓글 1만602건을 분석했다. 디시 게시판 중에서도 부정선거와 관련한 대표적인 음모론 확산지로 여겨지는 이들 게시판의 게시물과 댓글에선 폭력성을 담은 어휘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시물과 댓글을 형태소 단위로 분석했을 때 폭력성을 내포한 단어 중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것은 ‘테러’(135회)였다. 이어 ‘사형’(101회), ‘공격’(69회), ‘암살’(43회), ‘척살’(43회), ‘때려’(39회)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표현은 단순한 비유나 과장이 아닌 실제적 폭력을 암시하거나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맥락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범죄와 밀접한 단어들도 눈에 띄었다. ‘학살’(36회), ‘무기’(34회), ‘방화’(28회), ‘폭발’(22회), ‘살해’(20회), ‘강간’(13회), ‘총기’(10회), ‘납치’(10회), ‘참수’(7회), ‘감금’(5회), ‘칼부림’(2회) 등 단어는 빈도수가 높지는 않았으나 헌법재판소나 헌법재판관,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 등 폭력의 대상은 분명했다.
이들 게시판에선 서부지법 난동사태 이전 법원 난입을 모의하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정치 갤러리엔 1월17일엔 같은 갤러리에 ‘저항권으로 유리창 깨서 진입하고 이런 거 되지?’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사람만 많으면 뒤쪽 담장을 넘어서 유리창 깨서 진입해도 될 것 같은데…”라며 구체적인 법원 난입 방법을 언급했다. 시간과 장소, 행동 계획을 공유하며 폭력 행위에 동참하길 독려한 것이다.
음모론을 퍼 나르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빅데이터 전문기업 바이브컴퍼니의 ‘썸트렌드 클라우드’에 따르면 ‘부정선거’가 제목과 본문에 포함된 온라인 게시물 수는 비상계엄 앞뒤로 한 달간 9만1519개에 달했다. 과거 주요 선거 시기를 보면 2017년 대선 3만5796개, 2018년 지방선거 2916개, 2020년 총선 2만2882개, 2022년 대선 3만4997개, 2024년 총선 8515개 수준이었는데 급증한 것이다.
한편 경찰은 서부지법과 헌법재판소를 겨냥한 온라인 ‘협박글’ 177건을 포착해 작성자 25명을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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