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박람회, 엑스포(EXPO)는 일본에선 만국박람회, 약칭 만박(萬博)으로 불린다. 1970년 아시아 최초의 오사카(大阪) 만박은 1964년 도쿄 올림픽과 함께 전후 한 세대도 안 돼 일본이 잿더미에서 일어나 선진국 반열에 올랐음을 과시한 이벤트였다. 초고도 성장에 일본인은 자부심을, 외국인은 경외감을 느꼈다. 일본인이 오늘날에도 ‘만박’, ‘만박’ 하며 향수에 젖는 이유다.
55년 만에 오사카·간사이(關西) 만박이 13일 개막돼 10월13일까지 6개월간 열린다. 158개국이 참여한 이 행사에 한국관은 주최국 전시관을 빼곤 가장 커서 화제다. 국제박람회기구(BIE)는 박람회를 5년마다 6개월간 개최하는 최대 규모의 등록박람회, 그리고 등록박람회와 등록박람회 사이에 3개월간 여는 인정박람회 등으로 분류한다. 1993년 대전엑스포는 등록박람회보다 체급이 작은 인정박람회다. 등록박람회를 우리가 한 번도 열지 못한 것에 비해 일본은 2005년 아이치(愛知) 만박을 포함해 세 번째 개최한다. 2030년 부산 등록엑스포 도전에 나섰다가 실패한 우리로선 부러울 따름이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이 하나가 돼 준비한 이번 행사에 잡음이 계속돼 안타깝다. 입장권 예매가 저조한 상황에서 개막 직전 박람회장에서 메탄가스가 검출돼 비상이 걸렸다. 개막 후엔 ‘줄 서서 기다리지 않는 대회’라는 주최 측 홍보가 무색하게 운영 요원 미숙, 통신장애로 인한 전자티켓의 QR코드 표시 지연 탓에 관객 입장이 늦어져 장사진을 이뤘다. 한 그릇 최고 3850엔(약 3만6600원) 하는 국수로 음식 바가지 논란, 남녀 공용화장실(All gender toilet)로 안전 우려도 나온다. 개막 당일 11만9000명이었던 관람객은 이튿날 5만1000명으로 반 토막 나 벌써 흥행 부진 이야기가 나온다. 폐막까지 2820만명 관람 예상을 실현하기 위해선 하루 15만명 이상 방문해야 한다. 1970년 만박 땐 총 6420만명이 관람했다.
64년 올림픽·70년 만박 세트처럼 2020년 도쿄올림픽과 맞물려 개최해 과거 영광을 재현하려다 놀림감 위기에 직면한 오사카·간사이 만박. 초기 혼란에서 벗어나 조속히 본궤도에 오르기를 이웃으로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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